1300만 관중 시대, KBO의 다음 콘텐츠는 고교야구다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2026.07.27 04:01
KBO리그가 역대 최다 관중 기록 경신을 앞둔 가운데 고교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현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유튜브로 중계하는 고교야구 대회는 열악한 제작 환경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시청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KBO는 미래의 팬 확보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교야구를 프로야구와 연결된 콘텐츠 자산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난해 제5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경남고. /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SNS, 뉴스1

올 시즌 KBO리그는 지난해 1200만 관중을 뛰어넘는 흥행 신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19일 전국 5개 구장에 9만5487명의 관중이 입장하며 시즌 누적 관중 800만7967명을 기록했다. 올 시즌 443경기 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한 KBO리그는 종전 최소 기록인 지난해의 465경기보다 22경기나 앞당겼다. 현재의 흥행 속도라면 지난해 세운 역대 최다 관중 1231만2519명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KBO리그의 흥행 열기는 이제 1군 무대를 넘어 고교야구로까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경북 포항에서는 제6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번 대회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는데, 평일 오전과 오후 경기임에도 매 경기 500~1000명의 동시 접속자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유튜브를 통해 고교야구 대회를 생중계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제72회 황금사자기부터다.

채팅창의 열기는 더욱 인상적이다. 선수들의 학부모와 학교 동문은 물론 지역 야구팬들까지 실시간으로 응원을 보내며 마치 야구장 응원석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고 파이팅", "오늘도 꼭 이기자" 같은 댓글이 끊이지 않는다.

놀라운 점은 중계의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2~3대의 카메라로 경기를 송출하고, 선수 이름이나 기록을 알려주는 기본적인 자막조차 없어 지금 마운드에 선 투수와 타석의 타자가 누구인지도 쉽게 알기 어렵다. 현재 포항에서 열리고 있는 대통령배에서는 2024년부터 캐스터가 경기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프로야구 중계와 비교하면 여전히 제작 여건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시청자가 꾸준히 경기를 지켜본다.

일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는 자체 해설을 곁들여 고교야구를 중계하는데, 이 역시 적지 않은 관심을 끌고 있다. 콘텐츠의 완성도보다 콘텐츠 자체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년 열리는 KBO 신인 드래프트에 대한 야구팬들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스포츠 전문 채널들은 현장 생중계를 하고, TV와 유튜브에서는 드래프트 예상과 유망주 분석 콘텐츠가 쏟아진다. 유튜브 채널 '크보오프너'는 2024년부터 신인 드래프트를 생중계하며 수십만 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유튜브 채널 역시 생중계를 통해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드래프트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17일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이 허구연 KBO 총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처럼 고교야구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전만 해도 고교야구는 국내 최고의 스포츠 콘텐츠였다. 대통령배와 황금사자기, 청룡기, 봉황기 등 전국대회는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팬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프로 무대로 이동했고, 고교야구는 대중적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다.

그런 고교야구가 온라인을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야구팬들은 더 이상 현재의 스타 선수만 소비하지 않는다. 미래의 스타를 미리 알고, 신인 드래프트를 지켜보고, 프로 데뷔 이후 성장 과정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즐기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팬들이 MLB 드래프트와 마이너리그 유망주를 꾸준히 추적하듯 KBO리그에서도 '유망주 콘텐츠'가 새로운 팬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2024년 천만 관중 시대를 연 KBO리그는 이제 '현재의 흥행'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고교야구는 KBO가 아직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가장 큰 콘텐츠 자산 가운데 하나다. 조금만 더 투자하고 스토리를 입힌다면 프로야구에 버금가는 새로운 야구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고교야구 콘텐츠가 성장할수록 미래의 프로야구 팬도 늘어난다. 그렇다면 이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만의 과제가 아니라 KBO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재정적인 한계로 중계 제작에 충분히 투자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 KBO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7월 24일 기준 KBO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약 47.8만 명으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약 2.87만 명)를 크게 앞선다. KBO 유튜브 채널에서 고교야구를 함께 송출한다면 더 많은 야구팬들에게 고교야구를 알릴 수 있다. 규모가 큰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의 도달 범위를 넓히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큰 투자다.

여기에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주최단체지원금을 활용해 중계 제작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방법이다. 카메라 수를 늘리고 중계 품질을 높인다면 고교야구 콘텐츠의 경쟁력은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유망주 스토리와 학교별 라이벌 구도, 드래프트 전망, 데이터 분석 콘텐츠까지 더해진다면 고교야구는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인 콘텐츠로 성장할 것이다.

KT 위즈 유튜브의 퓨처스리그 중계 화면. /사진=KT 위즈 유튜브

당장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현재 고교야구 유튜브 중계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점은 지금 타석에 선 타자와 마운드의 투수가 누구인지, 타순과 투구 수는 어떻게 되는지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별도의 중계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경기장 전광판 화면을 중계 화면 한쪽에 함께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불편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실제 일부 프로야구단은 퓨처스리그 중계에서 전광판 화면을 함께 송출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도 시청 경험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KBO는 이미 유소년 야구 장학사업과 초·중·고 야구부 창단 지원, 넥스트 레벨 트레이닝 캠프 운영 등 아마야구 육성을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이제 그 관심을 선수 육성에서 콘텐츠 육성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고교야구 콘텐츠가 성장하면 더 많은 팬들이 유망주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신인 드래프트에 관심을 갖고, 프로 데뷔 이후에도 그 선수를 응원하게 된다. 고교야구는 프로야구의 인재 공급 시스템인 동시에 미래의 팬을 만드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이는 고교야구와 프로야구가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다.

지금의 고교야구는 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콘텐츠를 발견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에 가깝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1300만 관중 시대는 KBO리그의 성공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성공을 10년, 20년 뒤에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미래의 팬을 키워야 한다. 그 출발점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지금도 평일 낮 수백 명의 팬들이 고교야구를 보며 미래의 스타를 응원하고 있다.

그 작은 관심을 더 큰 콘텐츠로 키우는 일, 그리고 프로야구와 고교야구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일. 그것이 KBO리그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다음 전략이 아닐까.

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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