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전 축구 국가대표 이천수(45)가 홍명보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정해성 당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사이에 큰 언성이 오갔다고 주장했다. 그간 여러 '유튜버'들이 주장해왔던 '고대 카르텔'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정 전 회장이 수개월 동안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한 뒤 홍 전 감독이 최종 후보 1순위로 보고되자 불편한 반응을 보였고, 이 갈등이 정 전 위원장의 사퇴와 이임생 전 기술위원장의 감독 선임 작업 개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천수는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통해 2024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언급했다.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나온 내용과 자신이 축구계에서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천수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 내부에서는 외국인 감독뿐만 아니라 국내 감독도 후보군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울산 HD에서 성과를 낸 홍명보 전 감독이 국내 지도자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최종 후보 3명 중 1순위로 정 전 회장에게 보고됐다.
이천수는 "정해성 위원장이 들어갔는데 정몽규 회장이 '돌아 돌아 홍명보예요?'라고 했다는 것"이라며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문회에서도 누군가 두 사람 사이에 큰 언성이 오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몇 개월 동안 끌어놓고 결국 홍명보냐는 취지로 회장이 이야기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장기간 외국인 감독 영입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최종적으로 국내 감독인 홍 전 감독이 1순위에 오른 점에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이 이천수의 설명이다.
그는 "외국인 감독을 뽑겠다고 수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는데 갑자기 1순위가 홍명보 감독이 됐다. 홍 감독을 선임할 생각이었다면 더 일찍 결정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이 거센 비판 여론을 의식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홍 전 감독을 선임할 경우 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천수는 "당시 정몽규 회장이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던 시기였다. 홍명보 감독을 뽑으면 모든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위원장은 홍 전 감독을 포함한 최종 후보 3명을 보고한 뒤 전력강화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천수는 정 전 회장과의 충돌이 사퇴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해성 위원장이 회장에게 한 소리를 들었을 것 아니냐. 나이도 있고 강한 질책을 받으니 그 자리에서 나갔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정 전 위원장의 사퇴 이후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은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가 이어받았다. 이 전 이사는 유럽에서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 면담한 뒤 귀국해 홍 전 감독을 만났고 최종적으로 선임을 발표했다.
이천수는 이 전 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맡게 된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임생이 그 자리에 가면 안 되는데 갑자기 그 자리에 갔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을 담당하던 전력강화위원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뒤 기술총괄이사가 사실상 권한을 넘겨받은 과정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다.
홍 전 감독 선임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 협상을 진행했다. 최종 단계에서는 국내 감독도 후보군에 포함됐고 홍 전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이 전 이사는 선임 발표 당시 국내 감독에게도 외국인 감독과 동등한 지원과 대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전 감독 체제의 한국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홍 전 감독은 대회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팀의 성적 부진과 별개로 감독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정 전 위원장의 사퇴 과정과 이 전 이사의 권한,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천수의 주장은 아직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다. 정 전 회장과 정 전 위원장 사이에 실제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이 전 이사가 어떤 절차를 거쳐 감독 선임 작업을 넘겨받았는지는 추가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