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27·두산 베어스)이 10승 달성은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압도적인 투구로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곽빈은 11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1구를 던져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평균자책점(ERA)은 2.66에서 2.53으로 끌어내리며 팀 동료 최민석(2.64)를 제치고 이 부문 1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곽빈이 물러난 뒤 불펜이 바로 동점을 허용하며 이번에도 10승(4패) 달성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올 시즌 진일보하며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곽빈은 빅리그 진출 의사를 나타냈는데 이날 투구는 그러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증명하는 듯 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7㎞, 152㎞를 찍었고 34구를 던져 29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을 정도로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그만큼 자신 있었다는 뜻이다. 다른 구종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커브(평균 127㎞)를 14구, 슬라이더(평균 137㎞)를 13구, 커터(평균 147㎞)를 11구, 체인지업(평균 136㎞)를 9구 고르게 섞었다.
직구로 윽박을 지르기만 한 게 아니다. 완벽한 제구로 4개의 루킹 삼진을 잡아냈는데 그 중 3개가 보더라인에 걸친은 직구로 잡아낸 것이었다. 다른 삼진도 거의 보더라인을 넘나드는 공이었고 한화 타자들이 스윙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직구를 워낙 공격적으로 뿌리다보니 한화 타자들은 직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커터와 체인지업, 슬라이더에는 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회초 이원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요나단 페라자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문현빈과 강백호를 모두 삼진 아웃시켜 이닝을 마쳤다.
2회가 백미였다. 노시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시작한 곽빈은 2사에서 허인서에게 우측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했다. 우익수 김대한이 점프 캐치해 타구를 낚아챈 뒤 포효했으나 펜스에 충돌하며 타구가 글러브에서 빠졌고 그 사이 주자가 2루까지 파고 들었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곽빈은 1구 체인지업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더니 2구 낮게 떨어지는 커브로 파울을 유도했다. 0-2로 유리한 카운트에서 3구로는 하이 패스트볼을 택했다. 이날 최고 구속은 시속 157㎞ 공을 뿌렸고 이도윤은 허공에 방망이를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3회와 4회 삼자범퇴를 기록한 곽빈은 5회 2사에서 2루타를 맞은 뒤에도 심우준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을 이어갔고 6회에도 등판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2사에서 문현빈과 9구 승부를 펼쳤지만 시속 147㎞의 커터에 문현빈의 방망이는 허공에서 춤을 췄다.
7회에도 충분히 등판할 수 있었으나 두산은 불펜 투수 김정우를 투입했다. 팀이 3-0으로 앞서는 상황이었고 주 2회 선발 등판해야 하기에 무리시키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지만 이 결정이 이날의 가장 큰 패착이 됐다.
7회 등판한 김정우는 선두 타자 강백호에게 중월 솔로포를 내준 뒤 볼넷을 허용했다. 두산은 김택연에게 공을 넘겼는데 그마저 채은성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내줬다. 순식간에 동점이 됐고 곽빈의 승리 요건도 날아갔다.
그럼에도 결국엔 해피엔딩이 됐다. 7회말 곧바로 박준순의 스리런 홈런이 터졌고 8회를 타카다 다쿠토, 9회를 이영하가 막아내며 두산은 4연승을 이어갔다. 옥에 티라면 곽빈이 10승 기회를 놓쳤다는 것.
곽빈은 개의치 않았다. 경기 후 곽빈은 "10승이 무산된 데 아쉬움은 정말 전혀 없다. 늘 말하지만 내가 던진 날 팀이 이겨서 그걸로 만족한다"면서 "특히 (김)정우와 (김)택연이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너무 좋은 모습으로 뒤를 지켜줬다. 앞으로 더 잘 막아줄 거라 기대한다"고 실점한 동료들을 감쌌다.
지난 1일 LG 트윈스전(6이닝 2실점) 이후 열흘 만에 등판이었음에도 완성도는 더 높았다. 힘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제구가 완벽했다. 곽빈은 "오랜 만에 실전 등판이었는데 어색함도 있었지만 투구를 거듭할수록 감을 잡을 수 있었다"며 "팬들의 뜨거운 함성을 모처럼 들으면서 짜릿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곽빈은 "경기 후 단상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지만, 우리 팀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거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