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쿼터는 불펜만' 이강철 감독 대체 왜, 국대 선발 2명 차출 손실에도 소신 발언 "이대로면 어린 선수들 뛸 자리 없어진다"

잠실=김동윤 기자
2026.08.20 10:26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국가대표 차출로 인한 선발진 공백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쿼터 선발 활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감독은 선발 자리를 모두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면 국내 어린 투수들이 성장할 기회와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당장의 성적보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국내 투수들이 선발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강조했다.
이강철 KT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위즈 이강철(60) 감독이 국가대표 차출로 인한 선발진 공백에도 '선발 아시아쿼터' 활용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한국 야구 꿈나무들을 위해서다.

이강철 감독은 19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선발 두 명 가지고는 힘들다. 선발 없이 야구를 하면서 매일 3회부터 불펜을 쓰면 어떻게 하나. 결국 선발이 어떻게든 최소한 5이닝이라도 가줘야 한다"라고 선발 투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 시즌 KBO 리그는 선발진의 활약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시장이 선발 투수들이 고갈되면서 많은 팀이 숱하게 교체를 선택했다. 얼마나 좋은 국내 투수진을 갖췄는지에 성적이 엇갈렸다. KT는 좋은 쪽에 속했다. KT는 고영표(35), 소형준(25) 두 국가대표 투수가 15승을 합작했고 외국인 투수들도 모두 교체됐지만, 타 팀에 비해 나았다.

곧 KT도 선발 공백 위기에 놓인다. 소형준, 오원석(25)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박영현(23)과 함께 차출되기 때문. 2위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 없는 1위로 치열한 순위 싸움하는 KT에는 치명적인 손실이다.

잦은 국제대회와 여의치 않은 외국인 투수 선발 시장으로 인해 자연스레 내년 아시아쿼터를 선발로 구하는 건 어떨까 하는 의견도 나왔다. KBO는 올해부터 아시아야구연맹(BFA) 소속 국가 및 호주 국적 선수 가운데 직전 또는 해당 연도 아시아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를 대상으로 아시아쿼터를 시행하고 있다. 구단별 최대 1명, 포지션 제한은 없다. 기존 외국인 선수 3명과 별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전력 보강 카드다.

왼쪽부터 KT 고영표, 박영현, 소형준. /사진=KT 위즈 제공

투수가 귀한 KBO 리그 현실에서 아시아쿼터 선발은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다. 선발 한 명이 안정적으로 5~6이닝을 책임지면 불펜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 누구보다 그 현실을 절감하는 사람도 이 감독이다. 실제로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부담은 그대로 불펜에 전가된다. 필승조뿐 아니라 추격조까지 등판 시점이 빨라지고, 이런 경기가 반복될수록 시즌 후반 투수진 전체가 지칠 수밖에 없다.

이 감독 역시 아시아쿼터 선수를 선발로 활용하고 싶은 현장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령탑의 시선은 당장의 순위 싸움보다 조금 더 먼 곳을 향했다. 어린 국내 투수들이 앞으로 설 자리를 먼저 걱정했다.

그는 "우리도 선발 2명이 곧 가고, 이번에 금메달을 못 따면 둘 중 하나는 군대를 가서 공백이 있다. 하지만 우리 팀에 투수가 있든 없든 상관 없이 어린 선수들을 위해서 (아시아쿼터 선발은) 하면 안 되지 않을까"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이어 "선발 자리에 다 외국인 선수를 쓰면 누가 투수를 하려고 할까. 과거 외국인 타자 90%가 1루수였는데, 그래서 어린 선수들이 1루수를 안 했었다. 마찬가지로 선발을 다 외국인을 쓰면 국내 투수는 누가 할지..."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감독이 걱정한 건 특정 구단의 선택이나 당장의 제도 운영이 아니다. 모든 팀은 주어진 규정 안에서 가장 강한 전력을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 감독 역시 승리를 위해 가장 좋은 선수를 써야 한다.

KT 스기모토(왼쪽)와 소형준. /사진=KT 위즈 제공

문제는 그 선택이 장기적으로 반복됐을 때다. 선발 투수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 어린 투수가 1군에서 선발 기회를 얻고, 3이닝에서 5이닝으로 투구 수를 늘리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해야 비로소 한 시즌을 책임지는 선발로 성장할 수 있다.

그 기회 자체가 줄어들면 한국 야구가 미래에 활용할 수 있는 선발 자원의 폭 역시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 뛰어난 투수들을 키워냈던 명 투수 조련사의 경험론적인 지적이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해태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오랫동안 마운드를 지켰고, 지도자가 된 뒤에도 수많은 젊은 투수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KT 역시 선발이 필요하지만, 사령탑은 어린 국내 투수들의 자리가 줄어드는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거듭 나타냈다. 프로에 들어온 젊은 투수에게 선발은 꿈꿔볼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 그래야 아마추어에서도 선발투수를 목표로 성장하는 투수가 생기고, 프로에서도 다음 국가대표 선발 후보가 등장할 수 있다.

오늘 한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좋은 외국인 선발 한 명이 더 있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5년, 10년 뒤 한국 야구의 선발 마운드에는 누가 서 있을 것인가를 떠올린다면 분명히 고민해 볼 문제다. 이 감독은 "중간 투수 하려고 야구를 시작한 건 아니지 않나. 난 그런 면에서 (아시아쿼터 선발 활용은) 반대 입장이다. 이대로 가면 어린 선수들이 뛸 자리가 없어진다"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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