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내야수 천성호(29)가 전반기 마지막 타석의 쓰라린 아픔을 조금이나마 털어냈다. 4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짜릿한 역전 결승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지만, 그의 시선은 조금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사실 이번 시즌 천성호에게 전반기 최종전은 쉽게 지울 수 없는 잔상으로 남아있었다. 지난 7월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전반기 마지막 경기, 삼성을 상대로 5-6까지 맹추격한 9회말 1사 만루 상황. 박동원의 밀어내기 볼넷 뒤 타석에 선 천성호는 상대 마무리 김재윤의 공을 때렸으나 전진 수비를 펼치던 삼성 유격수 김상준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며 6-4-3 병살타로 경기가 끝났다. 단 한 점 차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던 그 타석은 올스타 휴식기 내내 무거운 짐이 됐다.
하지만 2달 가까이 지난 뒤 다시 맞이한 승부처에서 천성호는 주저하지 않았다. 4일 잠실 삼성전 0-3으로 뒤지던 LG는 6회말 거센 반격을 개시했다. 선두타자 신민재의 중전 안타와 오스틴의 볼넷으로 1사 1, 2루를 채운 뒤 송찬의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다. 삼성이 선발 투수를 내리고 불펜을 가동했으나, 문보경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순식간에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2사 1, 2루 역전 찬스. 벤치는 대타 카드로 천성호를 선택했다. 타석에 들어선 천성호는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적시타가 됐다. 경기를 4-3으로 뒤집는 결승타이자, 전반기의 악몽을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천성호는 "무조건 내가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갔다. 결과가 좋아 팀 승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서 기분 좋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전반기 막판 겪었던 마음고생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천성호는 "전반기 끝나고 나서 멘탈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는데,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결승타를 치고도 마음껏 웃지 못한 이유는 여전히 남아있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천성호는 "아직 팀이 3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부담을 완전히 떨쳐냈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포기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며 "팀이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면 내 마음의 짐도 덜어질 것 같다"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