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 FA' 얘기 너무 좋죠."
말뿐인 바람이 아니었다. 4년 48억 원에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 최원준(29)이 200안타, 골든글러브까지 바라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최원준은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KT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결승타의 주인공도 최원준이었다.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최원준은 양 팀이 1-1로 맞선 2회말 1사 3루에서 제임스 네일의 체인지업을 가볍게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KT는 이 한 방으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승부처에서도 존재감이 빛났다. KT가 3-2로 쫓기던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최원준은 좌익선상 2루타를 터뜨렸다. 김민혁의 희생번트 때 3루까지 진루했고, 상대 포일을 틈타 홈까지 밟았다. KT는 이후 장진혁의 밀어내기 볼넷과 류현인의 적시타까지 더해 7회에만 3점을 뽑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KT는 5연승을 달리며 74승 3무 46패로 단독 선두를 지켰다. 같은 날 LG 트윈스에 패한 2위 삼성 라이온즈와 격차도 1경기로 벌렸다.
선두 경쟁 한복판에서 최원준의 활약은 더욱 빛난다. 올해 KT와 4년 총액 48억 원 FA 계약을 맺은 최원준은 119경기 타율 0.341(493타수 168안타) 8홈런 66타점 102득점 26도루, 출루율 0.419 장타율 0.465 OPS 0.884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 126경기 타율 0.242(413타수 100안타)에 그쳤던 것을 생각하면 완벽한 반전이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최원준은 '혜자 FA라는 팬들의 반응이 어떻냐'는 물음에 "너무 좋다. 나도 그런 말을 들을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웃었다.
'혜자'는 시쳇말로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다는 뜻이다. 배우 김혜자가 출시한 편의점 상품이 저렴한 가격 대비 구성이 풍부해 생긴 말로 이후 가성비가 뛰어난 사람이나 상품에 흔히 붙는다. 최원준은 "결국 내가 잘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아무리 말을 해도 못하면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잘해서 증명하고 싶었는데, 지금 조금씩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좋았던 건 아니다. 5월에는 25경기 타율 0.450(100타수 45안타)으로 무섭게 몰아쳤지만, 7월 16경기 타율 0.266, 8월 17경기 타율 0.289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9월 들어 다시 타격감이 살아났다. 11경기 타율 0.370(46타수 17안타)을 기록하며 시즌 막판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원준은 "7월과 8월에는 개인적으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9월에는 좀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도 했다"며 "중요한 시기에 다시 팀에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제 개인 기록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13일 경기 전 기준 최원준은 득점 공동 2위, 최다 안타 2위, 타율 4위, 출루율 4위에 올라 있다. 타격왕 경쟁에서도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고 외야 골든글러브의 강력한 후보로도 꼽힌다.
데뷔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200안타 역시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KT가 19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현재 168안타로, 생애 첫 200안타까지 32개가 남았다.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는 2021년 기록한 174개다. 이에 최원준은 "골든글러브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상이다. 너무 받고 싶다. 200안타도 너무 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200안타는 내가 치고 싶다고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힐 수도 있고 빗맞은 게 안타가 될 수도 있다. 골든글러브도 내가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걸 계속하다 보면 시즌이 끝날 때 그 기록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골든글러브도 시즌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타격왕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원준은 "내가 원래 타격왕을 하던 선수도 아니고 워낙 잘 치는 선수들이 많다"며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2년, 3년 더 도전할 수 있다. 계속 그런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된다면 그때 다시 도전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장 그의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개인 타이틀보다 순위표 가장 위다. 최원준은 "1등은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의식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우리 팀은 연승이나 연패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게 장점이다. 지금 좋은 위치에 있고 끝까지 잘하면 좋은 순위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