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KT맨, 톱클래스 선수 아니었지만..." KBO 최다안타 7위 황재균 마지막 인사 [수원 일문일답]

수원=김동윤 기자
2026.09.13 17:37
KT 위즈의 황재균이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를 마친 뒤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황재균은 20년 프로 커리어 중 가장 긴 8시즌을 KT에서 보냈으며, 2021년에는 주장을 맡아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톱클래스 선수는 아니었지만 꾸준하게 자리를 지켰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황재균이 13일 수원 롯데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 기자회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화려함보다는 꾸준함으로 20년을 버텼다. 그렇게 쌓인 2200경기와 2266안타. KT 위즈 우승 캡틴 황재균(39)이 마침내 자신이 가장 오래 머물렀던 수원에서 '야구 선수 황재균'으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황재균은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를 마친 뒤 공식 은퇴식을 갖는다.

당초 지난달 8일 같은 롯데전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기록적인 폭염으로 KBO 리그 일정이 중단되면서 한 차례 미뤄졌다. 황재균은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롯데와 주말 경기로 다시 잡아주셨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을 앞둔 심정은 자신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황재균은 "어제도 기분이 이상해서 잠을 거의 못 잤다. 한 2시간 자고 나왔다"며 "오늘 야구장에 올 때도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더라. 진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황재균과 KT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다. 황재균은 사당초-서울이수중-경기고를 졸업하고 2006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다. 이후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를 거쳤고, 2017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까지 밟았다.

2017년 KT와 첫 FA 계약 당시 황재균(가운데). /사진=KT 위즈 제공

2018시즌을 앞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KT와 4년 총액 88억원에 FA 계약을 맺었고, 2021시즌 종료 후에는 다시 4년 총액 60억원에 잔류했다. 20년 프로 커리어 가운데 가장 긴 8시즌을 KT에서 보냈다.

황재균에게 정규시즌 MVP 같은 화려한 타이틀은 없었다. 대신 좀처럼 자리를 비우지 않는 꾸준함이 있었다. KBO 리그 통산 220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5(7937타수 2266안타) 227홈런 1121타점 1172득점 235도루, 출루율 0.349 장타율 0.436을 기록했다. 통산 경기 출장과 최다안타에서 각각 역대 7위, 타점은 15위에 해당하는 굵직한 기록이다.

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KT 유니폼을 입고 보냈다. KT에서만 1016경기 타율 0.285(3776타수 1075안타) 112홈런 527타점 567득점 62도루, 출루율 0.349 장타율 0.436 OPS 0.785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루수 골든글러브도 품었다.

KT 역시 황재균과 함께 강팀으로 성장했다. 2021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고, 황재균이 주장을 맡았던 2021년에는 창단 첫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강철(60) KT 감독이 황재균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꺼낸 말도 '꾸준함'이었다. 이 감독은 이날 "7년간 참 고생 많았다. 황재균이 있어서 3루수 걱정 없이 야구를 했던 것 같다"며 "항상 나왔다. 부러지거나 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감독으로서는 그런 부분이 참 고맙다"고 말했다.

황재균이 13일 수원 롯데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 기자회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다음은 은퇴식을 앞둔 황재균과 일문일답.

▷ 드디어 은퇴식을 치른다. 오늘 야구장에 오는 기분은 어땠나.

- 어제도 기분이 이상해서 잠을 거의 못 잤다. 한 2시간 자고 나왔다. 그래서 오늘도 나올 때 이게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는데 되게 이상했다. 진짜 처음 느껴보는 감정.

▷ 은퇴식이 한 차례 연기됐다가 다시 열리게 됐다.

- 아무래도 한 번 연기됐다가 두 번째 하는 건데, 그래도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정말 신경 많이 써주신 구단에 감사하다.

▷ 오늘 경기 전 정상적으로 훈련했다. 오랜만에 야구를 해보니 어떤가.

- 오랜만에 글러브도 만져보고 야구공도 던져보고, 배트 들고 방망이도 쳐봤는데 되게 재밌었다. 진짜 오랜만에 야구하니까 내가 처음 야구하는 것 같았다. 웃으면서 잠깐이나마 그 기분을 다시 즐겼다.

▷ 이강철 감독은 대타나 대주자로 나갈 수도 있다고 했다.

- 아까 배팅 연습 잠깐 치는 걸 감독님이 보셨는데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공이 너무 잘 맞았다. 감독님이 '너 은퇴하지 말고 그냥 오른쪽 대타나 해라'라고 하셔서 '한 2주만 시간 주시면 제가 몸을 만들어 오겠습니다'라고 했다. 뛰는 건 내가 계속 운동하고 있어서 현역 때보다 더 잘 뛸 것 같다. 그래도 출전 여부는 감독님께서 정하신다. 나는 오늘 시합에 나가는 것보다 KT가 1위 싸움을 하고 있고 5연승 중인데 그걸 끊고 싶지 않다. 그냥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황재균이 13일 수원 롯데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 기자회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은퇴식을 앞두고 머리도 잘랐다.

- 저번에는 안 잘랐는데 이번에는 뭔가 내 마음이 그랬다. 팬들 앞에 '야구 선수 황재균'이 마지막으로 서는 자리인데 뭔가 지저분한 느낌으로 은퇴하고 싶지 않았다. 진짜 큰 결심 하고 잘랐는데 아까 머리 자르면서부터 울 뻔했다. 야구하면서 평생 머리를 길러본 적이 없어서 '머리를 기르면 나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 무작정 길러봤다. 솔직히 더 기르고 싶었는데 그래도 마지막에는 팬들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은퇴하고 싶어서 잘랐다.

▷ 20년 선수 생활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데뷔 첫 타석도 아직 기억에 남고 현역 마지막 타석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우승하는 순간이다. 2021년 고척스카이돔에서 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현역 마지막 타석은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끝났다. 그 장면도 특별할 것 같다.

- 그때는 우리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원래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면 더 늦는다. 그래서 평소에는 1루에서 슬라이딩을 아예 안 하는데 그 마지막 타석은 머리로 생각하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해서 슬라이딩했다. 진짜 그 한 경기가 너무 간절했다. 결국 비겨서 다음 경기까지 기회가 넘어갔었는데, 다른 선수들은 안 했으면 좋겠다. 부상 위험이 크다.

황재균(왼쪽)이 13일 수원 롯데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 행사에서 팬들에게 사인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프로 데뷔 당시의 황재균에게 지금의 황재균이 한마디를 해준다면.

- 그냥 '잘 버텨라.'라고만 해줄 것 같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그냥 버티다 보면 어느샌가 커리어가 쌓일 테니, 버티라고만 해줄 것 같다.

▷ 2200경기와 2266안타 등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을 하나 꼽는다면.

- 솔직히 얘기하면 내가 막 탑 클래스의 선수는 아니었다. 3루수로 따지면 (최)정이 형 같은 홈런 타자도 아니었고, (박)석민이 형같이 정말 잘하는 톱클래스 선수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정도 커리어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정말 꾸준하게 안 아프고 시합을 많이 나가면서 만들어낸 커리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기 출장 수 같은 기록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 20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늦게까지 오랫동안 야구할 수 있게 해주신 코칭스태프나 감독님들께도 너무 감사하다. 오늘 이 하루 자체가 나한테는 감회가 남다르다.

▷ 현대 유니콘스 선수로 수원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KT에서 수원과 작별한다.

- 내가 현대 유니콘스에서 데뷔하고 은퇴도 KT 위즈, 수원에서 하는데 이런 선수가 또 있을까 했는데 (유)한준 형이 있구나. 역시 이건 최초가 아니다(웃음). 그래도 그런 부분에서 나도 참 운이 좋은 야구 선수라고 생각한다.

▷ 현대, 히어로즈, 롯데, KT를 모두 경험했다. 각 팀은 어떤 의미인가.

- 내가 처음 데뷔한 팀이 현대 유니콘스였고, 그다음 히어로즈에서도 커리어를 좋게 쌓았다. 롯데는 야구 선수 황재균이 국가대표에도 들어가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팀이었다. 롯데에서도 야구를 너무 재미있게 했고 좋은 선후배들과 같이 뛰었다. KT는 내가 가장 오래 뛰었고 또 우승을 같이했던 후배들과 선배들이 있어서 정말 가장 정이 많이 가요. 지금도 나는 항상 KT맨이라고 생각한다.

황재균이 13일 수원 롯데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 기자회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롯데전에서 은퇴식을 치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찾아가서 인사 나눴는지.

- 아직 찾아갈 시간이 없어서 못 갔다. 그래도 (전)준우 형이 다시 올라와서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어 좋다. (손)아섭이나 (강)민호 형이 없는 건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준우 형이 있으니까 좋다.

▷ 이강철 감독은 황재균 덕분에 오랜 기간 3루수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래 건강하게 뛴 비결이 있다면.

- 그냥 진짜 하지 말라는 거 안 하고 잠 일찍 잤다. 나는 잠을 일찍 자는 것도 중요한데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몸에 염증이 많이 있으면 부상 위험도 높고 수분이 부족하면 근육을 다칠 확률도 높기 때문에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몸에 좋은 영양소가 많은 음식을 먹고 잠을 많이 자는 게 선수 생활을 오래,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 올해 KT도 다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2021년 우승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 지금 KT 선수들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조언 같은 건 해줄 게 없다. 그냥 지금처럼 이 분위기를 잘 마무리한다면 올해 V2를 하지 않을까 싶다. 워낙 투수력도 좋고 타선도 좋다. 빠른 선수들도 많이 있고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들도 있다. 정말 팀이 좋은 방향으로, 우승할 수 있는 멤버로 가고 있어서 충분히 올해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경험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고우석을 보면서 옛 생각도 났을 것 같다.

- 너무 그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진짜 (고)우석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나는 1년 하고 왔다. 그런데 우석이는 3년 동안 있으면서 팀도 옮겨가고 트레이드도 되면서 그 힘든 생활을 버텼다. 정말 대단하다.

황재균이 13일 수원 롯데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 행사에서 팬들에게 사인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은퇴 후에도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한다. 체중은 얼마나 뺐는지.

- 바디프로필을 찍을 당시에는 98㎏에서 80.2㎏까지 빼고 찍었다. 지금은 87~88㎏을 유지하고 있다. 야구장에서 나오는 도파민이 엄청나게 세다. 그런데 은퇴하고 나니까 그만큼의 도파민을 채울 게 없었다. 그러다가 크로스핏을 하게 됐는데 내 몸을 혹사하면서 약간 이상한 데서 재미를 느꼈다.

운동하러 갈 때는 '내가 지금 여기서 내 돈 내고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끝나고 나면 기분 좋다. 보통 은퇴하면 '이제 끝났으니까' 하면서 술을 많이 마시는데, 그거보단 러닝이나 크로스핏 같은 운동 쪽으로 갔다. 그게 재미있고 좋아서 운동을 더 많이 한다.

▷ 은퇴 후 방송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새로운 생활은 어떤가.

- 야구할 때가 가장 재밌었다. 그렇지만 지금 방송하는 것도 재밌다. 또 열심히 하다 보니까 감사하게도 많이 찾아주신다. 은퇴하고 나서 방송 쪽에서도 열심히 해야 조금 더 좋은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불러주는 대로, 닥치는 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 은퇴사는 어떻게 준비했나.

- 솔직히 좀 오래전부터 천천히 썼다. 생각나는 대로 쓰고 고치고 거의 몇 개월 동안 썼다. 은퇴사를 쓸 때마다 살짝 울컥울컥하는데 아직도 그런다. 은퇴사가 좀 길어서 한 1시간은 읽어야 할 것 같다(웃음). 지금도 그걸 보면 살짝 울컥하는데 이따가는 정말 오열할 것 같아서 좀 걱정된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 일단 지금까지 황재균이라는 선수를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게 첫 번째다. 그리고 항상 팀에 필요할 때 꾸준히 자리를 묵묵히 지켜줬던, 그냥 그런 선수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황재균이 13일 수원 롯데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 행사에서 팬들에게 사인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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