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직에 지원한 계기에 관한 질문에 로베르트 모레노(49·스페인) 임시 감독이 단호하게 답했다. 임시 감독 취임이 확정된 이후 13일 처음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모레노 감독은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직을 원했다"면서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되는 건 누구에게든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실제 모레노 감독과 한국축구와 인연은 3년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간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 후임으로 새 사령탑을 찾던 과정에서 한국 대표팀 후보로 거론된 바 있기 때문. 다만 당시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모레노가 아닌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었다. 이후 한국축구는 클린스만·홍명보 감독을 거쳐 '임시 감독' 공개 채용에 나섰고, 모레노 감독은 직접 지원서를 내고 최종 합격해 비로소 지휘봉을 잡게 됐다.
모레노 감독은 "책임감을 갖고 왔다.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취업 비자를 기다리는 동안) 매일 대표팀이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 분석했고, 대한민국의 문화도 계속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이날 모레노 감독은 국내 취재진 앞에서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첫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어 모레노 감독은 지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쉬웠던 한국 대표팀 성적도 짚었다. 그는 "매우 슬픈 일이었던 걸 인정한다. 그때 있었던 일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제는 앞을 바라보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모레노 감독은 '정식 감독' 의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모레노 감독의 계약 기간은 오는 11월 27일까지다. 9~10월 평가전 4연전, 11월 평가전 2연전 등 올해 A매치 평가전 6경기만 지휘한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평가를 거쳐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도 지휘할 수 있으나 확정된 건 아니다.
늦어도 아시안컵 이후엔 새로운 채용 절차를 거쳐, 그때는 2030 FIFA 월드컵까지 지휘하게 될 '정식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모레노 감독이 정식 사령탑이 아닌 '임시 사령탑'인 데 대해 앞서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은 '차기 회장 선거제도'를 언급하면서 대한축구협회 새 회장 체제에서 정식 감독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임시 감독으로 선임돼 먼저 대표팀을 이끌게 된 만큼, 향후 정식 감독 선임 과정에선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임시 감독으로서 우선 지도력을 인정받고, 자연스럽게 정식 감독으로까지 승격하는 건 모레노 감독과 그의 코치진이 그리고 있을 이상적인 시나리오이자 욕심이 될 수 있다.
모레노 감독은 그러나 "목표는 제 앞에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앞으로 몇 없는 경기들"이라며 "다른 것(정식 감독 승격)에 집중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식 감독 선임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는 대신, 당장 9~10월 A매치 4연전과 11월 평가전 등 자신이 직접 지휘해야 할 경기들에만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정식 감독 승격에 대한 의지를 숨기는 대신 모레노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게 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되찾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관중 수가 2만~3만명대로 추락하는 등 축구 국가대표팀, 나아가 한국축구 전반에 대한 불신과 비판 여론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모레노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더욱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하겠다. 대표팀을 더 나은 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팀을 하나로 만들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갖게 하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레노 감독이 한국에 입국한 뒤 처음으로 밝힌 감독으로서 다짐이자 각오였다.
모레노 감독은 14일 충남 천안의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겸한 9~10월 A매치 평가전 명단을 발표한다. 모레노 감독의 데뷔전은 오는 24일 수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에콰도르전이다. 이후 28일 우루과이(서울), 내달 2일 베네수엘라(울산), 6일 우즈베키스탄(용인)과 차례로 격돌한다. 지난해까지 9월과 10월로 나눠 2연전씩 진행되던 FIFA A매치 기간은 올해부터 9~10월로 통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