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져서, 앞으로 준비할 게 많아진 거 같아요."
펜싱 여자 에페 국가대표팀 맏언니 송세라(33·부산광역시청)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져 은메달에 머무른 직후다. 송세라를 필두로 이혜인(31·울산광역시청) 임태희(24·계룡시청) 양승혜(20·한국체대)가 호흡을 맞춘 한국은 중국에 28-45로 크게 졌다. 아시안게임 단체전 2연패 도전도, 송세라의 이번 대회 2관왕 도전도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과 충격도 컸다. 대한민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의 세계 랭킹은 1위다. 송세라는 사흘 전 열린 개인전 정상까지 올랐다. 이날 16강부터 결승까지 오르는 여정 역시도 거침이 없었다. 일본과의 8강전이 고비이긴 했으나, 이어진 싱가포르와 4강전에서는 상대를 압도한 끝에 결승에 선착해 우승 가능성을 키웠다.
한국은 결승 초반부터 중국과 치열하게 맞섰다. 다만 5점을 먼저 내고 다음 라운드에 돌입하는 게 아니라, 라운드 시간이 다 끝나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기에 경기 중반 이후부터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 격차는 어느덧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점차 패색이 짙어지던 한국은 반전을 이뤄내지 못한 채 17점 차로 크게 무너졌다. '충격패'였다.
경기 후 선수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은메달 역시도 분명 값진 성과지만, 그래도 시선이 그 위를 향해 있었기에 아쉬움의 크기는 더 컸다. 이번 대회 금메달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여정들도 떠올랐다. 취재진 앞에 선 선수들은 저마다 눈물을 애써 참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맏언니 송세라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일부러 더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분위기를 바꾸려 했지만 아쉽고 안타까운 감정을 오롯이 숨기지는 못했다. 송세라는 "너무 많이 준비했고 힘든 훈련도 정말 많았다. 준비한 거에 비해 실수가 많아진 게 패배의 원인인 것 같다"면서 "오늘이 추석이었다. 금메달을 안겨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항상 패배는 좀 아쉽다. 개인적으로 좀 팀원들이랑 같이 금메달을 걸고 싶었는데 제 기량이 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언니로서 해줬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이혜인도 "1등을 하려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쉽게 2등을 해서 좀 안타깝다. 팀원들이 너무 고생했기 때문에 너무 고생했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이미 끝난 결과에 계속 아쉬움만 삼킬 수는 없었다. 송세라는 "시원하게 져서 앞으로 준비할 게 더 많아진 것 같다. 오히려 숙제가 생겼다"며 "더 탄탄하게 준비하고 다시 중국을 만나면 이기면 된다. 더 이상 물러설 이제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만 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후배들을 다독였다. 임태희도 "첫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다음번에 출전하게 되면 더 열심히 보완해서 더 좋은 게임을 뛰고 싶다"며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