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붙잡아도 떠난다…서울학생 3명 중 1명은 '숙려제'도 소용없네

학교 붙잡아도 떠난다…서울학생 3명 중 1명은 '숙려제'도 소용없네

황예림 기자, 정인지 기자
2026.09.26 07:15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MT리포트]학교밖 유령청소년④

[편집자주]  학교 밖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 정서적 어려움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은데도 당사자가 도움을 거부하면 관계 기관에서 연락할 방도가 없다. 사회 보호 체계에서 사라져버리는 학교밖 청소년들을 다시 사회와 연결시키려면 실효성 있는 실태조사와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학교밖청소년의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초중고 학업중단자 수 추이/그래픽=이지혜
초중고 학업중단자 수 추이/그래픽=이지혜

학교를 그만둔 초·중·고등학생이 4년째 연간 5만명을 웃돌고 있다. 학교는 '학업중단숙려제'를 운영하며 학생들을 제도권 교육 안에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숙려 기간을 끝마치고 다시 학교에 돌아오는 비율은 60%대에 그쳤다.

26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 학업중단자는 5만361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학생의 1.1% 수준이다. 2021년 4만2755명이던 학업중단자는 2022년 처음 5만명을 넘어선 이후 3년째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학업중단 배경은 질병, 가사, 해외 출국 등 다양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반응이다. 실제 자퇴가 가능한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부적응'이 '기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자퇴 사유였다. 지난해 자퇴한 고등학생 2만6565명 가운데 3710명(14.0%)도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들었다.

초등·중학교는 의무교육인 만큼 학업을 중단하지 않더라도 장기결석으로 학교 생활을 이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초·중등학생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해당 학년도 수업일수의 3분의1 이상 결석하면 '정원 외 학적관리' 대상이 되는데, 이 경우 원칙적으로 진급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담임교사 등은 학생들이 최소한의 출석일수를 채울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용인시 한 초등학교에서 의무교육관리위원회 활동을 하는 교사 A씨는 "코로나19 이후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아졌다는 걸 체감한다"며 "학업중단 위기에 놓인 학생이 매년 1~2명은 꼭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학생들에게는 지각이라도 해서 학교에 나오라고 이야기한다. 중간에 조퇴해도 괜찮으니 3분의1 이상 장기결석만은 하지 않도록 설득해 겨우겨우 학업중단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모든 학교에서는 학업중단숙려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학생들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학업중단숙려제는 학업중단을 고민하는 학생에게 최소 1~2주에서 최대 7주까지 숙려 기간을 부여하고 Wee(위)클래스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을 통해 전문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도다. 학교는 학업중단숙려제를 신청한 뒤 주 1~2회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학생이 원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방법은 없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1~2024년 학업중단숙려제를 거친 학생 가운데 32~36%는 결국 학업을 중단했다.

학업중단을 예방하려면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제도가 학교 안에서 운영되는 '대안교실'과 학교 밖 '위탁교육기관'이다. 대안교실은 일반 교실 대신 학교 내 별도 공간에서 상담과 체험활동,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학생의 학교 적응을 돕는다. 위탁교육기관은 교육청이 지정한 외부 기관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해당 기관에 출석하면 원적교 출석으로 인정된다. 두 제도 모두 학생이 학교를 완전히 그만두기 전에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는 대안교실과 위탁교육기관의 만족도가 높지만 예산과 시설 부족으로 운영 규모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업중단 예방 및 학교 내 대안교실 운영 예산은 올해와 내년 모두 2억원으로 편성됐다. 2024년 3억4000만원보다 줄어든 규모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위탁교육기관도 현재 42개에 그쳐 지역에 따라 접근성이 떨어진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42개 위탁교육기관의 정원은 평균 70%가량 된다"며 "위탁교육기관에서 적응한 뒤 학교로 복귀하는 비율도 높은 편이지만 일반 학교처럼 위치가 촘촘하게 분포하지 않아 통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학교 내 대안교실 역시 초등학생의 만족도가 높지만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며 "현장에서는 더 많은 학교가 대안교실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황예림 기자

-

정인지 기자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