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46위의 반란이었다.
한국 배드민턴 남자단식의 신예 유태빈(김천시청)이 중국과 일본의 강호들을 연달아 무너뜨리며 아시안게임에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태빈은 28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싱가포르의 로킨유(세계 13위)에게 1-2(19-21, 21-19, 12-21)로 패했다.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첫 게임부터 팽팽했다. 유태빈은 로킨유와 경기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으나 19-21로 아쉽게 첫 게임을 내줬다.
두 번째 게임에서도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유태빈은 한때 로킨유에게 끌려갔지만 차근차근 격차를 좁혔고, 막판 19-19 동점을 만든 뒤 연속 2점을 따내 21-19로 승리했다. 승부를 마지막 3게임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마지막 게임에서는 로킨유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초반부터 격차가 벌어졌고 결국 12-21로 패했다.
비록 결승 문턱에서 멈췄지만 유태빈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질주는 그 자체로 대이변이었다.
이번 대회 배드민턴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아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들에게 모두 동메달이 주어진다. 유태빈은 세계랭킹 46위로 이번 대회 남자단식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남자단식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2010 광저우 대회 박성환의 동메달 이후 16년 만이다.
메달까지 올라온 과정은 더욱 강렬했다. 유태빈은 32강에서 세계랭킹 11위 린춘이(대만)를 상대로 2-0(21-10, 21-12) 완승을 거뒀다.
이어 16강에서는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중국의 간판 스위치를 2-0(21-17, 25-23)으로 완파했다.
8강에서는 개최국 일본의 간판 나라오카 코다이(세계 7위)마저 2-1로 제압하며 4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경기가 끝난 뒤 나라오카도 유태빈의 실력을 인정했다.
일본 매체 '배드민턴 스피릿'에 따르면 나라오카는 "상대가 강했다"면서 "경기 초반에는 느린 느낌이라 '이대로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게임부터 엄청나게 빨라졌다. 사전에 영상으로 보기는 했지만 이날은 정말 너무 빨라서 막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랭킹 상위 선수들과는 또 다른 플레이 스타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부진을 패배 이유로 돌리지도 않았다.
나라오카는 "내 플레이 자체는 전혀 나쁘지 않았다"며 "평범한 대회였다면 아마 이길 수 있을 정도의 경기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퍼포먼스가 좋았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상위권을 지켜온 일본 에이스가 유태빈의 경기력을 온전히 인정한 셈이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도 이날 로킨유의 결승 진출 소식을 전하면서 유태빈을 "한국의 다크호스"라고 소개했다.
매체는 유태빈에 대해 "중국의 강호 스위치와 일본의 나라오카 코다이를 탈락시킨 선수"라면서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돌풍을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