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팬 여러분께 사과하고 싶습니다."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우루과이전 대패에 고개를 숙였다. 전반전 준비했던 전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문제를 파악하는 데도 늦었다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1-4로 크게 패했다.
지난 24일 에콰도르를 3-0으로 완파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던 모레노호였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레노 감독은 무엇보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부터 전했다.
그는 "우선 가장 먼저 팬 여러분께 사과하고 싶다"며 "경기장을 가득 채워주셨는데 팬분들은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그래서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루과이에는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은 "상대의 슈팅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점유율도 높지 않았지만 4골을 넣었다"며 "전반에는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후반전 경기력에는 의미를 뒀다.
그는 "후반전에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가 조금 더 나타났다. 후반전만 놓고 보면 1-1이었다"며 "실제로 몇 차례 기회도 있었고 점수 차를 좁힐 수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계속 노력해야 한다. 이번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그렇게 나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물론 우리가 원했던 결과는 아니고 앞으로 이런 결과가 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후반 경기력이 크게 달라진 이유로는 전술적인 문제를 꼽았다.
모레노 감독은 "전반전에 준비했던 경기 운영 방식이 있었는데 경기가 진행되면서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안타깝게도 그것을 조금 늦게 파악했고 이미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배치와 경기 운영 방식을 바꿨고 그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대대적인 선수 교체를 단행한 이유도 밝혔다.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도 이때 벤치로 향했다.
그는 "원래 3명을 교체할 계획이었는데 한 선수가 다리에 불편함을 느껴 교체를 요청하면서 한 명을 추가로 바꿔야 했다"며 "새롭게 투입된 선수들은 우리가 요구했던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흐름을 바꿀 기회가 있었다고도 봤다.
그는 "물론 가정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만들었던 기회 중 하나를 살려 3-1을 만들었다면 이후 3-2까지 갈 수도 있었고 어쩌면 역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감독 생활을 하면서 0-3으로 뒤지다가 4-3으로 역전한 경험도 있다"며 "특히 팬들을 위해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바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축구에서는 이런 날도 일어날 수 있다. 책임을 받아들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모레노 감독이 부임 이후 강조해온 4-4-2 시스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하지만 특정 포메이션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특정 포메이션을 고집하는 감독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며 "경기 상황과 상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항상 우위에 있을 수는 없고 상대가 우위에 있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메이션 자체를 엄격하게 고집하지는 않는다. 다만 축구 철학은 확고하다"며 "어려운 상황이 올 때마다 모든 것을 바꾼다면 선수들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반전 가장 큰 문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모레노 감독은 "빌드업 과정에서 후방 공간이 너무 비어 있었다"며 "상대를 끌어낸 뒤 빌드업하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고 상대가 압박을 굉장히 잘했다. 그래서 공을 잃었을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후반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원 숫자를 늘렸다.
그는 "그 부분을 수정했고 중앙 미드필더 숫자를 더 넣었다"며 "상대가 앞선 상황이어서 후반에는 조금 더 수비적으로 운영한 부분도 있었지만 우리에게도 득점 기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의 에이스' 이강인(아틀티코 마드리드)의 활용법에 대한 질문에는 개인보다 팀 전체의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 개인과 팀 전체를 함께 봐야 한다"며 "팀 전체적으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특정 선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우리가 요구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팀이 압박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후방에서 원활하게 볼을 전진시키지 못하면 선수들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시간과 공간 자체가 부족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태도만큼은 높이 평가했다.
모레노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선수는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그 부분 역시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세부 사항이나 개선할 부분은 이번 주 선수들과 함께 살펴볼 것이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면서 선수들의 장점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명단에서 제외된 황인범에 대해서는 다음 경기 출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모레노 감독은 "베네수엘라전에는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남은 두 경기에서는 가능한 한 다양한 선수들을 점검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현재 28명의 선수가 있고 가능한 한 모든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고 싶다"며 "지금은 감독과 선수들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다. 선수들이 우리가 전달하는 전술적 개념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가 실제 경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롭게 기회를 받은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 선수들을 대표팀에 소집한 것은 충분히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모레노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게는 선수들에 대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그래야 앞으로 친선경기가 아닌 중요한 경기를 치를 때 가장 적절한 선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선은 다음 경기로 향한다.
모레노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와 똑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다. 잘했던 부분과 잘못했던 부분을 살펴볼 것이고 선수들뿐 아니라 저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베네수엘라전은 오늘의 좋지 않은 기운을 떨쳐낼 수 있는 기회"라며 "축구팬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 이번에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선수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고 선수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