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뿌듯했어요. 한편으로는 감동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보람이었죠."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10전 전승'으로 완성한 백지은 단국대 감독에게 올 시즌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승리만이 아니었다. 프로 무대를 앞둔 제자가 건넨 한마디가 가슴에 깊이 남았다.
백 감독이 이끄는 단국대는 지난달 29일 천안 단국대학교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6 KUSF 대학농구 U-리그 여대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광주여대를 꺾고 정규리그 10전 전승을 완성했다.
단국대가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것은 창단 이후 처음이다.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한 뒤에도 마지막까지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퍼펙트 우승'까지 만들어냈다.
백 감독은 스타뉴스와 만나 "무패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정말 뜻깊은 시즌인 것 같다"며 "단국대가 창단 이후 정규리그 우승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올해 처음 해냈기 때문에 감회가 더욱 새롭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전승 우승만큼 백 감독에게 의미가 컸던 성과가 있다. 바로 제자들의 성장이다.
특히 주장 김성언은 지난 8월 열린 2026~2027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청주 KB스타즈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고교 졸업 당시 프로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했던 김성언은 단국대에서 4년 동안 성장했고, 마지막 시즌에는 주장으로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과 전승 우승을 이끌었다.
프로 무대를 앞둔 김성언은 백 감독에게 특별한 감사함도 전했다. 자신도 훗날 백 감독처럼 오랫동안 프로 무대에서 버티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백 감독은 제자의 말을 떠올리며 "정말 뿌듯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성언이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한편으로는 정말 감동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었다"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선수들을 더 잘 가르쳐야겠다는 마음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성언이가 그런 말을 해준 게 저한테는 조금 더 큰 책임감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 감독이 그리고 있는 지도자상도 분명하다. 코트에서는 누구보다 엄격한 감독이면서, 코트를 벗어나면 선수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스승이길 바랐다.
백 감독은 "언니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며 "물론 코트에서는 무서운 지도자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선수들에게 조금 더 언니 같은 사람으로 다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지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도 단순한 기술만은 아니다. 농구를 대하는 태도와 훈련 습관, 그리고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마음가짐까지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감독은 "선수들의 농구에 대한 태도,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 훈련에 임하는 각오 같은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며 "결국 멘탈과 습관을 바꿔주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국대 선수들이 대학 무대를 넘어 프로에서도 살아남는 것이 그의 중요한 목표다.
백 감독은 "프로에 가면 대학보다 운동량도 훨씬 많아진다. 대학에서는 정해진 시간 안에서 훈련해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양에도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지금부터 선수들의 습관을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감독 역시 평탄한 길만 걸어 프로에서 성공한 선수는 아니었다.
신고선수 자격으로 구리 금호생명에 입단했지만 세 시즌을 뛴 뒤 2010년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농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용인대에 진학해 계속 농구공을 잡았고, 3년 뒤인 2014 WKBL 신입선수 드래프트에서 하나원큐의 지명을 받으며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왔다.
이후 WKBL에서 통산 11시즌을 뛰었다. 177㎝로 빅맨치고 크지 않은 신장이었지만 몸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들과도 골밑에서 치열하게 맞섰다. 화려함보다는 몸을 던지고 한 발 더 뛰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오랫동안 프로에서 살아남았다.
센터 김성언에게는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스승이었다.
김성언도 "백지은 감독님처럼 오랫동안 프로 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백 감독도 같은 마음이다. 그렇기에 제자들에게 조금은 독한 주문을 건넨다. 백 감독은 "프로에 가면 아침, 저녁이 어디 있느냐. 밥 먹으면 나와서 개인 훈련도 해야 하고,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 무대에는 이미 잘하는 선수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 감독은 처음부터 화려한 '주연'을 꿈꾸기보다 궂은일부터 해내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프로에는 잘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 처음부터 빛나는 주연이 되기는 쉽지 않다"며 "우리 선수들은 엑스트라부터 시작해도 된다. 엑스트라에서 조연이 되고, 이후 주연이 돼도 전혀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선수들에게 궂은일을 더 많이 강조한다. 수비는 기본으로 돼야 한다고 항상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정규리그 10전 전승이라는 완벽한 성적을 냈지만 백 감독은 선수들이 벌써 만족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백 감독은 "올해 주변에서 '너희는 무조건 이기는 것 아니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해버리면 선수들은 더 발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목표를 계속 더 높게 잡는다. 선수들이 무패 우승을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각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며 "그 목표를 생각하면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백 감독은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 역시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선생님들이 우스갯소리로 '좋은 지도자는 좋은 선수가 만든다'고 말씀하셨다"며 "좋은 선수들을 만났기 때문에 저도 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고, 조금씩 좋은 지도자가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