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4연전 '유일하게' 1분도 못 뛰었다... 윤정환도 안타까워 한 김건희, 상처 대신 '동기부여' 삼았다 [인천 현장]

인천=김명석 기자
2026.10.10 06:01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A매치 4연전에서 김건희는 소집된 선수 중 유일하게 1분도 출전하지 못했다. 윤정환 인천 감독은 제자가 기회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으나, 김건희는 이를 상처 대신 성장을 위한 동기부여로 삼았다. 김건희는 K리그 복귀전에서 인천의 무실점 완승을 이끌며 대표팀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 중인 김건희(가운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 중인 김건희.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달 14일이었다.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은 9·10월 A매치 평가전을 위해 무려 30명의 선수를 소집했다. 예년과 달리 A매치 일정이 2연전이 아닌 4연전으로 구성되면서 소집 규모도 커졌다. 4경기나 치러지는 만큼 선수들이 다양하게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다.

'깜짝 발탁'도 있었다. 한국축구가 익숙하진 않지만, 모레노 감독은 "1700명의 한국 선수를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면서 김민수(레인저스)와 박태준(김천 상무) 등 3명의 선수에게 첫 태극마크의 영광을 안겼다. 모레노 감독이 직접 발탁한 이들인 만큼 활용법에도 관심이 쏠렸다.

2002년생 센터백 김건희(24·인천 유나이티드) 역시 모레노 감독의 '깜짝 선택'을 받은 자원이었다. 인천의 핵심 센터백으로 활약하면서 A대표팀까지 승선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한범(클뤼프 브뤼허) 등 쟁쟁한 유럽파 센터백들 사이에서 어떠한 경쟁력을 보여줄 것인지 이목이 집중됐다.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 조위제(전북 현대)도 경쟁 대상이었다.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 중인 김건희(가운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4경기 0분. 애석하게도 김건희에게는 단 1분의 출전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다. 부상으로 중도 이탈한 두 선수를 제외하고 마지막까지 동행한 28명 가운데 단 1분도 뛰지 못한 선수는 김건희가 유일했다. 4연전 마지막 경기였던 6일 우즈베키스탄전 전까지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는 김건희와 골키퍼 구성윤(FC서울) 2명. 그런데 구성윤은 경기 도중 골키퍼 교체라는 이례적인 상황 속 짧게나마 그라운드를 누볐다. 김건희만 유일하게 1분도 못 뛴 선수가 됐다.

대표팀에 소집된 제자가 경기에 뛰지 못한 채 돌아온 상황에 윤정환 인천 감독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 감독은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골키퍼까지 다 뛰었지만 (김)건희 혼자만 못 뛰었다. 똑같은 지도자 입장에서 이해는 하지만, 4경기 동안 '한 선수만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했다'라는 게 조금 안타깝긴 했다"며 "(모레노 감독이) 앞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시는 데 있어서 여러 선수를 보기 위해 데리고 갔으면, 조금이라도 기회를 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이어 윤정환 감독은 "그래야 선수가 나중에 (대표팀에서) 빠지더라도 납득을 할 수 있는 거다. 나중에 또 선발(발탁)을 해주면 모르겠지만, 만약에 떨어진다면 너무 아쉽지 않나. 그런 부분들이 보기에는 안타까웠다"며 "(김건희에게는) 처음 A대표팀에 간 거니까 '더 잘해야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만 해줬다. 티를 내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심 뛰고 싶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매치 휴식기가 끝난 뒤 재개된 K리그 경기. 김건희는 '보란 듯이' 선발로 출전해 90분 내내 인천의 최후방을 지켰다. 인천은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고, 후반엔 김건희를 중심으로 수비진이 든든하게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3-0 무실점 완승을 거뒀다. 윤정환 감독은 "상대가 뭘 하지 못할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김건희도 그 중심에 섰다.

인천 유나이티드 센터백 김건희. /사진=김명석 기자

김건희는 대표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아쉬움 대신 '동기부여'로 삼은 모습이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영광스러운 자리였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들이 많아 너무 좋은 시간들이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시간들이었다"며 "동기부여가 생긴 것 같고, 목표도 한 단계 더 높아진 거 같다. (A매치) 데뷔를 못한 점은 개의치 않는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이기고 있을 때 속으로는 '조금이라도 뛰게 해 주실까'라는 기대는 했다"고 웃어 보이면서도 "못 뛰었다고 처지고거나 기죽고 이런 부분들은 없었다. 오히려 데뷔를 못했기 때문에 더 마음속으로 열정이 생기는 거 같다. 부족한 점도 많이 와닿았다. 어떤 부분을 발전해야 되고, 또 어느 방향으로 발전해야 되는지를 많이 느꼈다고 생각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미 국가대표 핵심급 선배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는 게 김건희의 설명이다. 그는 "(김)민재 형이 훈련에 임하는 태도나 경기에 임하는 태도, 플레이하는 모습들은 확실히 TV로 보는 것과 눈앞에서 보는 게 확실히 달랐다.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배울 점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4연전에서 1분도 뛰지 못한 배경 등에 대해서는 직접 설명을 듣진 못했다는 그다. 대신 그는 스스로 강한 동기부여로 삼았다. 김건희는 "(감독님이) 따로 얘기는 해주신 건 없지만, 다 끝나고 토닥여주는 듯한 제스처를 하셨다. 그 부분만으로 마음이 전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면 또 불러주시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발전하는 선수가 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센터백 김건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인천 유나이티드 센터백 김건희(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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