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합류해 팀을 한국시리즈(KS)로 이끈 한승택(32)이 꼽은 KT 위즈의 가장 큰 힘은 '빨리 다시 일어나는 능력'이었다.
한승택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전체적인 그림으로 봤을 때 모든 팀이 연패 기간에 빠진다. 그런데 그 연패 기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연패, 3연패를 하더라도 (장)성우 형부터 고참 형들이 너무 잘 잡아줬다. 후배들이 잘 따랐고, 야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게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준 게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실제 KT의 2026시즌은 순탄한 독주와는 거리가 있었다. 3~4월 19승 9패로 출발했지만 5월 13승 1무 11패, 6월에는 11승 12패로 시즌 유일한 월간 승률 5할 미만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14승1무4패로 곧바로 반등했고, 9월에는 소형준(25), 오원석(25), 박영현(23)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상황에서도 17승1무6패를 기록했다.
결국 KT는 90승 5무 49패, 승률 0.647로 정규시즌을 마치며 2021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90승은 구단 시즌 최다승 기록이다. 한승택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5~6월의 부진을 두고 "특별히 다른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팀의 페이스라고 생각한다. 투수가 좋을 때가 있고 타자가 좋을 때가 있는데 그게 잘 맞아야 한다. 당시에는 타자와 투수의 페이스가 잘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핵심 투수 3명이 빠진 9월을 두고는 "(소)형준이, (오)원석이, (박)영현이처럼 너무 좋은 선수들이 빠지긴 했지만, 그 뒤에도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버텨줄 힘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철(60) 감독이 꼽은 그 '버틸 힘'을 더한 선수 중 하나가 한승택이었다. KT는 지난해 11월 한승택과 4년 최대 10억 원에 FA 계약했다. 당시만 해도 장성우(36)를 받치는 백업 포수 보강의 성격이 강해 보였다.
실제 한승택은 KIA에서 2024년 20경기, 지난해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무려 128경기에 나서 타율 0.234(312타수 73안타), 3홈런 39타점 40득점을 기록했다. 희생번트도 17개로 역할에 충실하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출전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한승택이 포수로 많은 경기를 맡으면서 장성우의 활용 폭도 넓어졌다. 시즌 초부터 한승택이 마스크를 쓰고 장성우가 지명타자로 나서는 그림이 가능해졌다. 6월 중순까지 KT가 치른 64경기 가운데 한승택은 51경기에 출전하며 안방의 부담을 나눴다. 안정적인 수비와 강한 어깨를 기대하고 데려온 포수가 단순한 백업을 넘어 144경기를 버티는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한승택에게도 낯선 경험이었다. 그는 "시즌 처음부터 주전으로 쭉 뛴 건 거의 처음이다. 힘든 부분도 많았는데 감독님과 코치님, 형들이 많이 도와줘서 잘 치른 것 같다"며 "지난 2년은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올해는 많이 뛰었고 우승까지 해서 기분이 배로 좋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이 자신의 공헌을 높게 평가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도 "열심히 한 걸 감독님께서 알아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많이 좋았다"고 그저 웃었다.
올 시즌은 한승택 개인에게도 포수로서 투수 왕국 KT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한승택은 "투수들과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시즌이었고 감독님과도 제 성향을 처음 맞춰보는 것이어서 초반에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신 이 감독의 조언과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받아 투수들의 장점, 상대 타자들의 최근 컨디션 등 하나씩 필요한 것을 익혔다.
그 과정에서 투수들과 신뢰도 쌓였다. 특히 최근 고영표(35)와 완봉승을 합작한 뒤 고영표에게 "너 때문에 완봉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한승택은 "나는 (고)영표 형이 던지는 걸 열심히 잡아주고 타자 타이밍을 봐준 것뿐인데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이어 "영표 형의 체인지업을 직접 받아보니 왜 못 치는지 알겠더라"고 미소지었다.
이제 한승택의 역할은 한국시리즈에서 더 중요해진다. 단기전에서는 상대 타선에 대한 분석과 투수 리드, 도루 저지 하나까지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KIA에서 2017년과 2024년 우승을 경험했던 한승택에게도 이번 한국시리즈는 조금 다르다. 이전과 달리 한 시즌 동안 주축 포수로 뛰며 직접 정규시즌 1위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한승택 역시 정규시즌 우승에 머물 생각이 없다. 그는 "1위를 확정했다고 긴장을 풀면 안 된다. 한국시리즈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선수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고참 형들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다시 한국시리즈를 열심히 준비하자'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