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동물생산업체인오리엔트바이오(3월 결산)가 지난해 턴어라운드 성공에 이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증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동시에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새 먹거리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지난해 반기(2014년4월~9월) 연결기준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56억원으로 18.9%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2014년4월~2015년3월)으로도 흑자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중에 오리엔트바이오는 지난 23일 총 27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시설자금으로 85억원, 운영자금으로 36억원, 기타자금으로 153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153억원의 기타자금이다. 오리엔트바이오는 143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연간 30억원 수준에 달했던 이자비용 부담을 덜어낼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 85억원의 시설자금은 주력사업인 무균동물 생산동 건축 및 설비 확대, 마이크로플렉스 및 비글 실험 연구동 증설에 활용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별도기준 2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에 이자비용 30억~40억원은 큰 부담"이라며 "차입금을 모두 상환해 자금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실험용 동물사업의 수출확대뿐 아니라 시장에 큰 이슈가 될 '바르는 발모제'도 조만간 임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오리엔트바이오는 국내 바이오 업체 가운데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는 곳중 하나다 특히 실험용 동물생산에서 독보적이다. 쥐에서 원숭이 등 영장류까지 모든 종류의 실험동물을 생산하는 곳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거래 기업로 시장에서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찰스리버가 있다.
찰스리버는 1947년 설립, 1996년도 뉴욕증시에 상장된 업체로 시가총액은 3조원 이상, 2013년도 매출액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찰스리버는 바이오 사업에 관심이 높은 국내 주요 그룹사로부터 사업제휴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1999년 한국의 사업파트너로 오리엔트바이오를 택했다. 두 회사는 설치류 생산과 신약개발 지원서비스 기술제휴를 차례로 맺었다.
뉴욕증시에 상장, 시가총액 6조원대인 글로벌 임상대행기관 코반스 역시 마찬가지다. 코반스는 매출 3조대로 60개국과 거래하고 있다. 올 봄 오리엔트바이오가 생산한 실험견 비글이 코반스를 통해 일본 제약사, 연구기관 등에 판매될 예정이다.
오리엔트바이오 관계자는 "일본에도 다양한 실험동물 생산기업이 있으나, 이들 대신 실험견을 수출하게 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 밖에도 글로벌 제약사와 신약개발업체 등에 다양한 동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진행하는 실험용 원숭이 사업역시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오리엔트바이오의 경쟁력은 철저한 품질관리를 기반으로 한다.
가평에 있는 오리엔트 실험동물 사육설비에는 반도체 공장을 뛰어넘는 클린룸이 갖춰져 있고, 방진복을 입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능하다. 반도체는 먼지만 거르면 되지만, 실험동물은 이 보다 작은 세균과 바이러스 유입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먹는 사료는 100% 유기농이고 체중이나 크기가 균일하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모든 실험체가 균일해야 하고, 질병에 걸려서도 안 된다. 하다못해 감기만 걸려도 독감실험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평 사육동에는 실험용 설치류가 700만 마리 이상 공급되는데, 이 가운데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해 특수하게 사육된 것은 1쌍에 7000만원 가량에 팔리기도 한다. 부가가치가 뛰어나다는 얘기다.
일부 계열사 경영부진으로 2013년 적자를 기록한 게 오리엔트바이오의 아쉬움이었는데, 지난해 턴어라운드로 올해 본격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봄부터는 암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휴먼화 마우스' 투자가 시작된다.
2011년부터 개발이 진행된 '바르는 발모제'도 조만간 임상에 착수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1상이 신청됐고, 2상은 미국 임상대행업체와 사전협의 중이다. 세계 발모제 시장의 규모는 수백조원에 이르는데, 발모제 고유의 독성이 문제가 됐다. 오리엔트바이오는 분자구조를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독성을 없앤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