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이 면세점 시장의 세계 6위 기업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기업 '월드듀티프리(이하 WDF)' 인수전에 실제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규모가 3조~4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크로스보더 M&A(인수·합병) 거래로 성사될 경우 세계 면세점 업계 2위로 도약할 수 있다.
24일 M&A 업계에 따르면롯데쇼핑(롯데면세점)은 PwC 등을 주관사로 지난 주말께 WDF 이사회에 인수의향(NBO)을 전달했다.
롯데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반년 이상의 준비 작업을 거쳐 거래를 준비해왔다"며 "인수 규모가 3조~4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물론 신동빈 회장의 재가를 얻어 진지한 자세로 거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세계 면세점 시장 2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WDF를 인수하면 단숨에 이를 달성할 수 있다.
이번 인수전은 한날한시에 후보들의 제안이 이뤄지는 일반적인 M&A 형태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WDF 최대주주인 이탈리아 '에디지오네'는 경영권 지분 전량(50.1%)을 매각할 계획인데 이들과 이사회에 개별 제안을 하고 그중에서 우선협상 후보가 선택되면 구속력 있는 협상과 계약이 양자 사이에 이뤄지는 구조다.
에디지오네는 도이치증권을 매각 자문사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패션업체 '베네통'을 소유한 이탈리아 부호 가문으로 유명하다. 에디지오네는 유럽의 경기 둔화와 패션사업 실적 부진이 맞물려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WDF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롯데 이외에 스위스 면세점 기업 듀프리와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이 WDF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DF는 전세계 21개국에서 533개 면세점을 운영 중이고 시장점유율은 6.98%에 달한다. 현재 세계 5위인 롯데면세점(점유율 7.55%)이 WDF를 인수하면 점유율이 14.53%로 뛰어올라 1위인 스위스 듀프리(점유율 15.86%)를 박빙의 차이로 추격하는 2위가 될 수 있다.
WDF의 전체 매출 중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72%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 비중이 20% 정도로 롯데면세점은 WDF를 인수해 유럽과 미국의 판로를 개척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상장사인 WDF 50.1%의 시가총액은 2조원에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 규모는 3조~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디지오네는 30억 유로(약 3조8000억원)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