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렌탈 복병전략 승리후 곧바로 해외서 WDF 인수제안…부동산 팔아 신성장동력 확보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회장을 이어 최근 단일 후계자로 부상한 신동빈 회장이 M&A(인수합병)에 폭풍 같은 질주를 시작했다. 지난주 라이벌들을 제치고 1조원의 베팅으로 KT렌탈을 집어삼킨데 이어 같은 시기 해외에서 최대 4조원 규모의 이탈리아 면세점 기업 '월드듀티프리'(이하 WDF)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24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올 초 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 후계 구도에서 승리한 이후 자신만의 DNA를 그룹에 심고 있다.
2004년에 경영 전면에 나선 신 회장은 선공후사 성격의 공격적인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있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다소 보수적인 경영을 펼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신동빈 회장의 행보 뒤에는 항상 '공격적', '이례적'이라는 단어가 뒤따른다.
신 회장의 저돌적인 본능은 2009년에 롯데그룹이 '2018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 비전을 선포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8년까지 그룹 매출을 200조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신 회장은 그 방안을 인수·합병에서 찾고 있다.
2009년 이후 롯데그룹이 인수한 기업은 국내외 20여개, 투입된 자금만 7조원이 넘는다. 2009년 1월 두산주류BG(5030억원)를 시작으로 GS레테일 백화점·마트 부문(1조3000억원), 하이마트(1조2480억원) 등을 사들였다. 해외 시장에서도 M&A를 감행해 말레이시아 석유화학회사인 타이탄(1조5000억원),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1500억원) 등을 인수했다.
신 회장이 다량의 M&A를 실행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만의 독특한 경영관이 있다. 신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부동산보다 현금유동화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을 매각해 그 자금으로 M&A를 진행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수 업체들을 보면 롯데가 강점을 보인 유통분야도 있지만 석유화학, 교통카드 등 이종 분야도 적지 않다. 신 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좋은 M&A는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며 "불황일수록 고정관념을 버리고 발상을 전환해 강점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최근 KT렌탈 인수에서도 신 회장의 M&A DNA가 빛을 발했다. 롯데그룹은 첫 본 입찰 당시 7000억원대의 가격을 제시해 어피니티, 한국타이어 등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인수전 막판 '반드시 인수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롯데그룹은 1조원 안팎의 가격을 써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번 WDF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도 신 회장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3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까지 신 회장의 행보를 비춰볼 때 과감한 베팅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올해 롯데면세점은 세계 면세점 2위 진입이 목표인데 WDF를 인수하면 한 번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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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의 면세점 사업 확장 의지는 지난 11일 발표된 인천국제공항면세점 입찰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롯데면세점은 다른 경쟁자들이 제시한 입찰가격(임대료)의 2배 가까이 되는 금액을 제시하며 8개 권역 가운데 절반인 4개를 낙찰 받았다. 화장품, 주류, 패션 등 모두 알짜 구역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신 회장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며 "롯데그룹의 후계자가 신동빈 회장으로 굳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롯데가 더 공격적인 경영 모습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