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호산업 채권단, 박삼구 회장과 단독 협상 진행키로

김평화 기자, 김남이 기자
2015.04.30 06:02

재입찰 부담감 채권단, “박 회장과 협상이 실리나 명분에 적합”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사진=금호그룹 제공

금호산업채권단이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개별협상을 진행키로 했다. 채권단은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의 입찰금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뒤 재입찰을 고민했지만 박 회장과 개별매매를 추진하는 쪽으로 사실상 의견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28일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 이후 열린 회의에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채권단은 다음달 5일 이후 열리는 채권단 전체회의에서 구체적인 매각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지만 이미 박 회장과 개별협상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재입찰을 하면 시간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며 "다음 달 열리는 채권단 전체회의에서 박 회장과 개별입찰을 진행하는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보면 금호산업 인수에 1조원 가량을 제시할 투자자가 없다”며 “금호산업 재인수를 강력하게 원하는 박 회장과 개별협상을 진행하는 편이 실리나 명분에 적합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수가격이 문제일 뿐 금호산업은 박 회장의 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다.

업계에서는 충분한 자금 조달 능력을 가진 호반건설의 소극적인 베팅이 박 회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은 시장이 예상한 1조원 안팎을 훨씬 밑돌기 때문이다. 당초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매각가를 9000억원 이상으로 예상했고 호반건설에도 이 같은 가이던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8000억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호반건설의 인수자문을 맡은 EY한영회계법인은 실사 후 금호산업의 가치를 6000억원 미만으로 통보했다. 이를 감안해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최종 입찰가를 결정했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입찰가는 금호산업보다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1%)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의 지분가치는 4570억원 정도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6000억원 정도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사실상 금호산업 자체에 대한 가치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도 아시아나항공 때문으로 분석된다.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호반건설이 중앙 무대로 진출하는데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확보하는 것만큼 빠른 길도 없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을 인수한 후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다른 사업부문을 정리해 투입했던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탄도 충분했다. 호반건설은 하나금융그룹에서 4000억원 규모의 투자확약서(LOC)를 받았다. 자체적으로도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였다. 또 2017년까지 아파트 분양대금 등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최소 1조원이 넘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베팅 금액이 적었던 배경에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건설과 금호아시아나는 같은 호남지역 기업이다. 김 회장은 특히 최근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만큼 지역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높은 가격을 베팅해도 결국 어떻게든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아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며 “과도한 금액을 제시해 금호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면 지역사회에서 호반건설 책임론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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