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 같은 곳에 보면 회사생활에서 종교문제로 애로를 겪는다는 얘기가 종종 눈에 띈다. 두 가지다. 회사 오너나 상사가 사원들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경우와 그와 반대로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힘들게 하는 경우다. 취업단계에서 종교문제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말도 보인다. 법률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볼까? 회사의 주주나 경영자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회사를 활용하고 경영권을 이용해 임직원에게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허용될까? 나아가 회사가 종교를 이유로 법률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수 있을까?
지금 미국에서는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에서 5대4로 회사 내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듯한 판결이 나온 것을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오클라호마에 있는 호비로비라는 회사는 기독교 가족기업인데 2만명 넘는 종업원이 일한다. 창업경영자와 그 가족인 주주 5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경영된다. 오바마케어에 따라 50인 이상 고용한 사업장에 여성피용자들에 대한 피임약 지원의무가 부과되자 회사는 종교적 이유에 의한 예외를 청구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올라간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피임약 지원의무를 규정한 법률을 무효로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회사에 헌법상 권리를 인정하는 이유는 주주와 임직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호비로비 주주들의 종교 자유가 보호된다. 회사는 단순히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며 영리회사도 주주들의 승인 하에 자선이나 인도적 활동을 포함한 사회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여성종업원들에 대한 피임약 제공의무는 종교의 자유권 행사에 중대한 부담을 발생시킨다.
이 판결 이후 미국 사회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한 다른 형태의 차별이나 독자적인 기관 운영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기독교대학이 학생들에게 채플 참가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같이 논의된다.
이 판결은 회사와 종교의 관계뿐 아니라 기업활동과 윤리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국내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사회적 기업이 출현하면서 기업활동과 윤리의 관계가 경제정의 차원에서 중요한 주제로 부상했다. 상업적 활동에 윤리적 요건을 부과하려는 것이 전반적인 조류인데 상업적 활동이 회사의 형태를 통해 수행되는 경우 회사에 대한 윤리적 요건의 부과가 불가피하다. 이 조류가 회사의 종교적 자유 인정으로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 해도 윤리가 자연인과 비상업적 활동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결론으로 연결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역사를 보면 약 200년을 거치면서 회사의 헌법상 권리가 거의 자연인 수준으로 확대되어 왔다. 회사에 대한 종교의 자유 인정은 그 과정의 종착역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소비자규제나 환경규제를 철폐해서 수익을 늘리는 데 위헌소송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는 회사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를 낳는다.
경제정의 차원에서 회사에 윤리적 의무를 부과할수록 역설적으로 회사의 헌법상 권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회사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위헌소송의 유혹을 받을 것이다. 헌법상의 권리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회사가 개입될 때는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