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끝을 알 수 없는 조정을 받으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 등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정책당국의 유례없는 증시 부양책에도 급락이 계속되자 조심스레 반등을 점쳤던 전문가들마저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9일 오전 10시56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중국 발 충격파에 몸살을 앓으며 전일 대비 23.62포인트(1.17%) 하락한 1992.59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200.19(-0.79%)로 장을 시작한 코스피는 개장 직 후 2000선이 붕괴됐다. 이날 코스피는 장 중 한때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밀려 1984.64(-1.57%)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기관의 매수세에 낙폭을 줄인 상태다.
코스닥 지수의 하락폭은 더 크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25.18포인트(-3.47%) 하락한 701.04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715.76(-1.44%)로 장을 시작한 코스닥 지수는 오전 10시47분 696.11(-4.15%)까지 미끄러지며 7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는 가장 큰 이유로는 최근 연일 이어지고 있는 중국 증시의 폭락이 꼽힌다. 연초 이후 60% 가까이 상승하는 등 가파른 상승랠리를 보이던 상하이지수는 지난 6월 12일 5166.35로 고점을 찍은 후 17거래일 만에 32.1% 하락, 3500선까지 급락했다. 이 같은 폭락세에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00 곳의 상장사는 자진해서 거래정지를 신청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특히 장중 200일 이동평균선인 3400선을 터치하는 등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어 증권가에서는 중국 증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증시 폭락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증시의 급등세를 이끈 신용거래가 주범으로 꼽힌다. 중국은 빚을 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신용거래를 2011년부터 시작했다. 현재 중국 증시의 신용거래 비중은 유통 주식 시가총액의 8.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2.0%), 대만(1.4%), 일본(0.8%)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신용규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 후 주가가 하락하면 상환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하면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주식을 계속 파는 악순환이 나타나며 지수 폭락을 촉발시켰다는 설명이다.
현재 중국 증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점은 중국 정부가 현재 증시 폭락을 컨트롤 하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내리고 기업 공개 물량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 증시의 조정 국면이 언제 마무리 될지 점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애초 중국 증시가 상승한 이유는 정책 모멘텀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 때문으로 급등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급락세도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수급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은 속단하기 힘들지만 당분간 조정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추가적으로 하락하더라도 이제는 하락세가 다소 둔화될 시점에 도달했다는 의견이 조금씩 무게를 받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7월 내 신용계좌의 청산은 2015년 1월 이후의 신용매수 포지션으로, 해당 시점 이후 레버리지가 급증한 시점인 3~5월의 상하이종합지수 레벨은 3200선에서 5000선이다. 이에 따라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대량매도 혹은 반대매매에 따른 급락은 3200선까지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용관련 반대매매가 풀려야하는데 현재 거래정지 기업이 많다 보니 시점을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면서도 "다만 거래 정지된 기업들의 거래가 재개되면서 나오는 물량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보는 만큼 다음 주 정도면 시장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원점에서 생각해보면 중국 증시 상승이 눌려있던 자본시장 개방과 낮은 밸류에이션 등을 매력으로 상승했는데 아직까지 이런 부분들이 훼손됐다고 보진 않는다"며 "이제는 하락세가 진정세를 띌 때가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