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3달러만 더 떨어져도 원유 DLS 손실액 1조

정인지 기자
2016.01.20 17:44

7% 수익 얻으려다 4개월만에 50% 손실

#투자자 A씨는 20일 WTI 최근월물과 브랜트유 최근월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증권 DLS(파생결합증권) 65호가 녹인(손실구간)에 진입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유가가 40달러대를 맴돌자 '더이상 떨어지지 않겠지'하는 마음에 가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브렌트유가 지난 19일 28.76달러로 녹인 구간(28.794달러)을 밑돌면서 A씨는 약 45%의 평가손실을 입게 됐다.

유가가 3달러만 더 떨어져 배럴당 25달러가 된다면 원유 DLS 손실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DLS 4개 중 1개는 손해를 입게 된다.

20일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발행잔액은 1조3239억원이다. 이중 이미 녹인이 확정된 물량은 9004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유가가 25달러로 약 3달러 가량 더 떨어지면 513억원이 추가로 녹인에 들어간다.

지난해 유가가 40~50달러대일 때 안정권이라고 생각하고 신규 가입했던 투자자들도 4~6개월만에 손해를 보게 됐다. 50달러대에 발행된 원유 DLS는 980억원, 40달러대에 1458억원이다.

DLS는 투자 기간 동안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녹인)을 밑돌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제시된 수익률을 주는 주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어 2~3년전부터 인기 상품를 끌어왔다. 특히 원유, 금, 은 등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는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커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보다 제시 수익률이 2~3% 높았다.

DLS는 그러나 한번 녹인에 진입하면 손실이 그대로 투자자에게 전가된다. 보통 녹인 수준은 60%(기초자산 가격 40% 하락)인데, 녹인에 진입하면 투자자들은 단숨에 40% 이상의 손실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기초자산에 직접 투자했다면 가격 하락시에 손절매를 할 수 있지만 DLS는 중도환매할 경우 3~5%의 수수료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 '설마 괜찮겠지'하는 마음에 기다리던 투자자들이 날벼락을 맞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노낙인(no knock-in)이지만 손해가 예상되는 물량을 합하면 총 손실액이 1조에 육박하는 것이다. 노녹인 상품은 투자 기간 중 기초자산의 가격과는 관계가 없지만 만기일의 가격이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하면 이 역시 손실이 나게 된다. 올 상반기에 최종 만기가 돌아오는 원유 DLS는 484억원인데 유가가 최소 31달러를 웃돌지 못한다면 전량 손실이 확정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업계에서는 DLS는 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위험 대비 수익이 적은 '고위험·저수익' 상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증권사 직원은 "금, 은, 유가는 전문가들도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데 투자자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품'이라는 생각에 투자도 쉬울 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가들이라면 7~8% 수익을 얻겠다고 위험도가 높은 원자재에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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