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다가오면 금융시장에서 기승을 부리는 것이 바로 ‘정치인 테마주’다. 올해 4·13총선에도 예외없이 '유승민 관련주'니 '오세훈 관련주'니 하며 저마다 정치인과 결부시키려고 난리도 아니다.
친인척 관계는 물론이고 심지어 과거 고등학교나 대학시절 동문이라던가 과거 추진했던 정책과 관련한 사업체라는 별거 아닌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분류하는 데 서슴지 않는다.
유승민 후보의 경우 위스콘신 대학 동문 출신이 경영하는 업체들이 테마주 목록에 올라있는가 하면 오세훈 후보의 경우 대학교 동문이 경영하는 회사와 과거 시장 시절 추진했던 사업과 관련된 업체가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사돈이 경영하는 회사 역시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고, 심지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엔 과거에 故 노무현 대통령이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는 병원이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각 당의 유력 후보와 관련있는 종목들이 나열돼 있는 일명 ‘찌라시’라 불리우는 증권가 정보지가 나돌고 있으며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에 따라 관련주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그런데 총선 테마주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가는 게 있다. 김무성 대표의 조카인 현정은 회장의현대상선이 김무성 관련주에 포함돼 있지 않은 점이다. 동문이나 사돈 회사, 심지어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과거 주치의가 속한 병원마저 테마주로 분류되는 마당에 친조카 사이라면 응당 관련주 그룹에 포함돼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빠져 있으니 머리를 긁적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김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은 엔케이, 전방, 유유제약, 디지털조선 등이다.엔케이는 김 대표가 엔케이 회장과 사돈관계이며, 전방은 김 대표의 친형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회사다.유유제약역시 김 대표와 유유제약 회장이 사돈 관계다. 심지어디지틀조선은 김 대표의 모친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고모라는 설(사실이 아니다) 때문에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김 대표와 친인척 혹은 사돈 관계에 있는 업체들, 심지어 사실이 아님에도 한결같이 김무성 관련주로 분류가 되고 있는데, 조카-외삼촌 지간인 현 회장의 현대상선은 왜 테마주로 언급조차 되지 않는 걸까?
현대상선은 현재 증권가에서 거의 외면을 당하고 있다. 실제로 여의도에서 만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을 들여다 본 지가 꽤 오래 됐다고 털어 놓았다. 그만큼 현대상선은 현재 증권가에서 투자가치가 거의 없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사실현대상선은 그동안 시장에서 남북 경협의 대표적인 테마주로 관심을 받아왔다. 그래서 남북 관계가 호전되면 한진해운보다 주가 상승률이 더 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개성공단마저 폐쇄되자 남북 경협의 희망이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내몰리게 됐다. 게다가 누적 부채 규모가 2015년 기준으로 총 5조6604억원에 달해 이미 자력 상환능력을 상실했다. 단기 차입금 등을 제외한 실질적인 채무 규모도 무려 4조8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막대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증권 재매각에 나섰고, 채권자들의 만기 연장 및 용선료 협상 등 기업 회생을 위한 동시다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 회생을 위해 300억원에 달하는 사재출연을 하고, 최근에는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백의종군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근 조건부 자율협약이 체결되면서 1조2000억원 규모의 여신 상환을 3개월간 유예 받았다. 여기에 KB금융지주가 1조원 대의 가격으로 현대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향후 유동성 확보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현대상선의 운명은 그리 밝지 않다. 일단 향후 용선료 협상이나 사채권자 채무조정 중 어느 한쪽이 실패하게 되면 협약은 곧 무산될 것이며 현대상선은 곧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용선료 협상과 채무조정에 성공하더라도 주채권은행의 출자전환이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의 대주주로서의 지위는 상실될 가능성이 높다. 즉 현대상선이 기적적으로 회생한다 하더라도 현 회장의 경영권은 위태로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현대상선이 회생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산적해 있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부채비율을 조정하기 위해 돈이 될 만한 사업 부문과 자산은 대부분 매각을 해왔다. 심지어 캐시카우인 LNG사업부와 벌크전용선 사업부 지분을 팔고 부산항만 지분과 더불어 컨테이너 박스까지 내다 팔았으니 현대상선은 지금 사실상 빈 껍데기 회사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따라서현대상선을 채권단이 세금을 쏟아부어 회생시킨들 지금까지 2000% 넘게 적자를 내고 핵심 사업부까지 매각한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누구도 자신있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도 현 회장이 김 대표의 조카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현대상선이 김무성 관련주로 언급조차 안되는 이유가 바로 현대상선의 미래가 그만큼 어둡다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반영됐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현대상선의 운명은 이미 김 대표의 입김에서 벗어난 것일 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시장의 원리에 기초하여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게 옳다. 어차피 '김무성 테마주'도 아니라는데 뭐가 두려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