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지는 일은 병가도 기약할 수 없으니(勝敗兵家事不期), 수치를 참고 견디는 것이 사내라(包羞忍恥是男兒), 강동의 자제들 중엔 인재가 많으니(江東子弟多才俊),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쳐들어갔다면(권토중래) 어찌됐을까(捲土重來未可知)'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이 생전에 좋아했다는 당나라 말기 시인인 두목(杜牧)의 '제오강정(題烏江亭)'이란 시다. 두목은 한나라 유방에게 대패한 항우가 후일을 도모하지 않고 자살한 것을 두고 비통해하며 이 시를 남겼다. 여기엔 항우가 만일 주변의 고언(苦言)대로 고향인 강동으로 돌아가 세력을 규합한 뒤 다시 유방을 쳤다면 결과는 알 수 없었을 것이란 안타까움도 담겨있다. 이 시는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힘을 길러 다시 도전하는 것을 뜻하는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고사성어가 나오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도 '권토중래'의 바람이 거세다. 진원지는 '베트남'이다.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극복할 새로운 투자처로 다시 부각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올해 신년사에서 "베트남 등으로 금융영토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메리츠·미래에셋·에셋플러스·하이·한화·KB·현대인베스트먼트 등 17개 자산운용사 대표를 이끌고 처음으로 베트남을 찾았다.
각 증권사들도 베트남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내 3위권 증권사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고, 신한금융투자는 현지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출범시켰다. 운용사들도 앞다퉈 베트남 펀드를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미 베트남 고성장주에 투자하는 베트남그로스 펀드를 선보였고, 베트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도 준비 중에 있다. 유리자산운용도 베트남 일임 투자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피데스자산운용의 자문을 받는 베트남 주식형 펀드를 내놨다.
하지만 이런 금융투자업계의 분위기는 베트남 투자에 한창을 열을 올렸던 2006~2007년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운용사들은 베트남 시장에 대한 장미빛 전망을 제시하며 경쟁적으로 관련 펀드를 내놨고,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당시 시가총액이 5000억원에 불과한 초미니 시장이었던 베트남 증권시장은 국내 운용사 자금이 유입되면서 가파르게 올랐지만 금융위기 직전 해외자금 이탈로 버블이 꺼졌다. 이로 인해 베트남 펀드 수익률은 -30%대로 급락했고, 일부는 -50%까지 떨어지며 '반토막 펀드'로 전락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로 시작된 중국투자에 대한 악몽과 함께 펀드 투자자들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베트남 펀드의 '흑(黑)역사'가 탄생한 순간이다.
물론 최근 베트남 시장 상황은 과거와 달라졌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대외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고성장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시총 규모도 60~70조 규모로 커졌다. 여기에 수출 증가와 은행권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 외국인 투자제한 완화 등으로 업계 안팎에선 연 6% 이상의 GDP(국내총생산)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넥스트 차이나'에 목말랐던 금융투자업계가 약속의 땅 '베트남'에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권토중래의 꿈을 이루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