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사를 잘 하자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줄만한 것이 없다.”(한국예탁결제원 임원)
“회사와 합의한 이상 홍보 창구는 회사로 단일화 해달라. 노조에서 얘기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한국예탁결제원 노조 간부)
최근 한국예탁결제원 노조 위원장이 7일간의 단식 농성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다. 예탁결제원 노사는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하면서 불거진 갈등이 극적타결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합의다. 인사 임원의 권한 축소, 인사제도 수정 등의 내용에 합의 했다는데 어디에서도 합의 내용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사장의 해외출장 횟수까지 거론하며 과하다고 비난하고 노조 위원장이 며칠을 단식할 정도로 각을 세웠던 것에 비하면 합의 이후가 싱겁다.
일각에서는 외부 비판 등을 감안해 일단 어설프게라도 합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이 차기 자리를 위해 논란을 임시방편으로 봉합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유 사장의 약점을 안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했고 사측이 이를 일단 받아들였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결국 제 밥 그릇 챙기기에서 사달이 났다.
박근혜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지나치게 빨리 밀어 붙인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성과연봉제 도입은 시대의 대세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권 임금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영국 1.83%, 독일 1.70%, 일본 1.46%, 미국 1.01% 등인데 반해 한국은 2.03%에 달한다. 또 2010~2014년 전체은행 영업이익은 연평균 4% 감소했지만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는 3% 증가했다. 금융부문의 생산성이 제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공공기관이기에 성과 측정이 어렵다는 주장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일에는 반드시 목표가 있다. 더욱이 공공부문은 국민이 소비자이고 고객이기에 허투루 소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물론 성과연봉제가 제대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인사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최우수 등급을 받을 만한 사람이 윗사람에게 찍혀서 최하위 등급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인사권을 공정하게 쓸 수 있는 인사권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예탁결제원에서는 창립 42년동안 내부 승진 없이 ‘낙하산 인사’가 사장 자리를 채웠다.
김경동(2011~2013년 재임) 전 사장과 이수화(2008~2011년) 전 사장은 각각 우리은행, 씨티은행 출신이다. 조성익(2007~2008년) 정의동(2004~2007) 노훈건(2001~2004) 전 사장을 포함해 현 유 사장도 모두 기획재정부에서 왔다.
소위 낙하산이다 보니 노조와 정부 모두에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모습이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에서 그대로 민낯을 드러낸 것 아닌가 싶어 입맛이 씁쓸했다.
홍기택 전 회장 시절 산업은행의 혼란에서 보듯 영혼이 없는 건 공무원만이 아니었다. 거래대금의 감소와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예탁결제원은 실적은 3년 연속 상승 추세다. 낙하산이라고 일을 잘 못 한다는 법은 없으니 노조나 정부 입김 모두에서 자유로운, 소신 있는 낙하산이었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