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30분'의 수익률

김유경 기자
2016.08.03 03:29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주식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면 주식거래대금이 5~6%대로 늘어나고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도 각각 4%, 7% 넘게 증가하는 효과가 예상됩니다."

주식거래시간 30분 연장을 앞두고 증권 전문가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한국거래소도 거래시간이 하루에 8.3%(30분) 늘어나는 만큼 일평균 2600억~6800억원(3~8%)의 거래대금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는 말을 꺼내기도 쑥스러운 수준이다. 거래시간 연장 첫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전 거래일 대비 3100억원 감소했고, 코스닥 거래대금은 18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30분 연장' 시행 직전일보다 약 2900억원 감소한 셈이다.

"맛집에 음식이 맛있어야 손님이 늘지 영업시간만 늘린다고 손님 수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한 증권 전문가의 지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증시 활성화가 '시간'만 늘린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하루 거래대금만으로 효과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30분 연장' 시행 전인 지난 7월 한달동안만 따져봐도 하루 거래대금의 변동폭은 700억~1조7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맛', 즉 수익률이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7월29일 기준 1조8150억원, 올해 1∼7월의 누적 순유출 자금은 4조683억원에 이른다. 수익률은 지난달 연 2.27%를 기록했으나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은 연 0.55%로 턱없이 낮다. 한마디로 투자 매력이 없는 시장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국민 재산증식을 돕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상품이지만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만원 이하의 '깡통계좌'가 57.8%에 달할 정도로 흥행에 실패했다. 특히 ISA 운용 형태를 보면 안전자산인 예·적금,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에 60% 넘게 몰려있는 상황이다.

역시 수익률이 문제다. 일임형 ISA의 수익률이 기준금리(연 1.25%)를 초과한 모델포트폴리오(MP)는 20%(31개)에 그쳤고, 연 2%를 초과한 MP는 14개뿐이었다. 게다가 대부분 고위험 상품이었는데 최고수익률은 연 3.58%에 그쳤다.

그동안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주식시장에선 부동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고 호재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연 2.22~2.42%) 수준을 제공하는 시장에 원금 손실 위험까지 감수하고 자산을 이동시킬 투자자는 없다.

최소 연 5.5% 수준의 현금배당을 하는 공모 부동산 펀드가 판매 1시간만에 완판되고, 연 2~3%대 고정이익을 주는 항공사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돈이 모이는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부동자금은 위험 대비 수익률이라는 '가성비' 높은 수익상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회복되지 않는 한 '30분 연장'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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