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규제튜브 증권사, 바다수영은 언제

김명룡 기자
2016.08.17 10:41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여름휴가 때 찾은 속초의 한 해수욕장은 여섯 살 여자아이에겐 놀이의 천국이었다. 처음에는 백사장에서 주로 놀았다. 백사장이 익숙해질 무렵 아이는 스스로 바다로 조심스레 들어가 물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구명조끼를 입긴 했지만 아이가 용기를 내서 좀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것과 비례해 그를 지켜보는 긴장감은 높아졌다. 여차하면 아이에게 뛰어갈 준비를 하고 그를 지켜봤지만 아이는 별 무리 없이 물놀이를 즐겼다. 아이는 내 생각보다 훌쩍 커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보호를 한다는 이유로 아이 스스로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뺏고 있는 건 아닌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초대형IB(투자은행) 육성방안을 보면 당국은 여전히 증권사들을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여기는 듯하다. 이달 초 정부는 은행만 가능했던 업무를 증권사에 소폭 허용해주기로 했다. 기준은 당초 예상됐던 자기자본 5조원이 아닌 3조원, 4조원, 8조원으로 나뉘었다.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허용되는 업무를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약간의 도움은 되겠지만 큰 도움은 안된다'는 시큰둥한 반응이 주를 이룬다. 법인지급결제 허용이나 예금자보호상품 허용 등의 실질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들 규제완화 없이는 증권사가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는데 한계가 많다.

"금융당국이 물가 1Km 반경에도 못 들어가게 했을 때 우리는 물가까지 가버렸어요. 물가까지 가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새로운 상품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곧 죽어도 해보자는 의지를 가지고 해본 것이 성공으로 돌아왔어요." 국내 굴지의 회사로 성장한 증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신들의 성공비결을 이렇게 소개한 바 있다.

증권사들이나 투자자들이 많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여전히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성장을 막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창조적인 상품을 만들어서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증권사들의 소명"이라며 "소비자들을 보호한다는 이름으로 촘촘히 쌓아놓은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공정하지 못한 상품을 내놓으면 그 증권사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투자자와 증권사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증권업은 투자업이다. 손실의 위험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기자본을 높이는 것은 손실이 났을 때 증권사가 책임을 질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이 기준을 맞췄다면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업무를 좀 더 자유롭게 풀어줘도 될 것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투자상품에 투자할 기회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증권사의 창조적인 정신도 필요하다. 물론 증권사들이 덩치를 키워 투자자들의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

증권업이 성장했는데도 '니들이 뭘 알아'라는 금융당국의 인식이 '넌 아직 어려서 안 돼'라는 부모의 착각과 닮아 선 안될 일이다. 증권업에 '안전'이란 이름의 '족쇄'를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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