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부터 증여신탁 상품의 세제혜택이 축소되는 가운데 증여신탁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증권사와 은행, 보험 등 10개 금융사가 판매한 증여신탁 상품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월평균 400~5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준환 삼성증권 신탁팀 차장은 "1월 증여신탁 상품 판매액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늘었고 가입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NH투자, 한국투자,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와 은행(KEB하나·KB국민·신한·우리), 보험(삼성생명) 등 10개 금융사가 증여신탁 상품을 취급한다.
2013년부터 판매된 증여신탁은 부모가 신탁한 증여재산을 금융회사가 국채 등에 투자한 뒤 자식에게 원금과 수익을 일정 기간에 걸쳐 지급하는 상품이다.
박득민 NH투자증권 신탁부 부장은 "최근 정부의 세제 혜택 축소 방안이 확정되면서 증여신탁을 절세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고객들의 가입과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증여신탁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현행 10%에서 3%로 낮추는 내용의 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부처간 협의를 거쳐 오는 24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할인율은 향후 지급될 원리금을 현재까지로 평가하는 것으로 할인률이 높을수록 증여재산 평가액이 낮아지고 그만큼 증여세도 줄일 수 있다. 현행 세법은 증여신탁 가입 시 미래의 증여재산을 현재가로 평가해 한꺼번에 증여세를 부과한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증여신탁의 절세효과도 줄어든다. 10억원을 신탁으로 10년간 나눠 증여할 때 내는 증여세가 1억3000만 원에서 1억90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나는 것. 10억원을 한꺼번에 증여할 때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2억900만원)에 비해 절세효과가 약 10%에 불과하다.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 동안 거액의 자산을 예치하는 점을 감안하면 절세효과가 미미하다.
거액자산가를 유치하려는 금융사 간 경쟁도 증여신탁이 증가한 배경이다. 최소 10년 이상 거액자산가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면 자산관리(WM)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가 밀접해 지고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후손에게 물려줄 재산이 많은 고객을 확보하면 이들을 대상으로 펀드 등 상품 판매도 확대할 수 있어 증여신탁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