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머니 vs 숏머니…韓 증시 휘젓는 두 얼굴의 외인

오정은 기자
2017.04.20 16:27

[내일의전략]

한국 증시에서 외국계 롱 머니(장기투자자)와 숏 머니(단기 투자자)의 활발한 매매가 교차하는 가운데 독특한 시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의 급등, 현대차그룹주의 반등과 한국항공우주의 상승은 모두 외국인의 적극적인 주도로 이뤄졌다.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0.75포인트(0.50%) 오른 2149.15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748억원, 기관이 2240억원을 순매수하며 2150선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계 숏 머니 "인간 아닌 AI(인공지능)"=전일현대차를 비롯해 52주 신저가를 줄줄이 찍었던 현대차그룹주는 이날 하루 만에 가파르게 반등했다. 현대차가 전일대비 3.28% 올랐고기아차2.35%,현대위아3.45%, 현대모비스가 2.56% 강세를 보였다.

하루 아침에 달라진 것도 없는데 주가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흐름에 대해 한 외국계 증권사 브로커는 "주로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움직이는 외국계 대형 퀀트 펀드가 한국 시장에 들어와 독특한 매매를 진행하고 있다"며 "인간의 매매라고 보기 어려운 초단타 매매를 단행하고 있어 알고리즘에 입각한 퀀트펀드, 일종의 인공지능(AI) 매매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알고리즘에 입각해 움직이기 때문에 매도 징후가 있으면 주식을 선제적으로 다량 매도해버려, 주가가 실제보다 더 큰 폭으로 내리거나 오르는 일이 발생하다는 것이다.

4월 들어 메릴린치 창구에서 대규모 매매가 이뤄진 종목은 현대차와 현대위아 등이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 다수는 거래 상위 창구에 메릴린치가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의 경우 4월에만 메릴린치 창구에서 18만7790주의 순매도가 집중됐다.

이 퀀트 펀드가 매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항공우주의 경우 증권가에서 상반기 수주 부진을 예상해 주가가 내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최근 외국인 순매수에 의해 주가가 급등했다. 메릴린치 창구에서만 17만2120주의 순매수가 몰리며 주가를 밀어올린 것이다.

다른 증권사 브로커는 "인간 펀드매니저가 의사 결정을 내려서 산다고 보긴 어려운 매매로 미꾸라지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최근 코스피 지수를 박스권에 갇히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회전율이 아주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롱 머니, 한국 주식 매집은 계속된다=이날 영국계 최대 연기금 헤지펀드인 에르메스 인베스트먼트는대신증권주식 253만9083주(5%)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에르메스 인베스트먼트는 "경영참가목적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 펀드는 과거 삼성물산 주식 5%를 샀다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펀드로, 언제든지 경영참가 목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높였다. 대신증권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11.22%에 불과해 지배구조가 취약해서다.

에르메스는 작년에도삼성정밀화학지분 5% 신고를 했으며 이후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 2월 기준 7.19%를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 동양이엔피, 영원무역 등 다수의 한국 주식을 5% 이상 보유 중이다.

다만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은 에르메스는 기본적으로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분 신고가 곧 경영권 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SK하이닉스가 외국인 매수에 1550원(3.11%) 오른 5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브로커를 비롯한 소식통에 따르면 외국계 장기투자 펀드 가운데 캐피탈 그룹(The Capital Group)이 SK하이닉스에 대량 주문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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