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의식했나…금융위, 회계대책 '초고속' 입법

변휘 기자
2017.05.09 17:01

국회의원 청원 입법으로 대선 1주일 전 발의…"文 공약 '지정감사제 확대' 의식한 것" 평가도

금융당국의 회계투명성 대책 관련 법 개정안이 대선을 한 주 앞두고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안이 아닌 국회의원을 통한 '청원 입법' 형태였다. 이를 두고 국회와 관련 업계에선 금융위원회가 새 정부의 '코드'를 의식해 법안 제출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공인회계사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개정안을 일제히 대표 발의했다.

4건의 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 △외부감사인 선택지정제 도입과 분식회계 과징금의 대상 및 상한액 확대 △감사대상 회사의 종속 회사까지 비감사용역 금지 △사업·감사보고서 제출 연기 사유 추가 △증권선물위원회의 정밀감리시 계좌추적권 발동 등으로 지난달 17일 금융위가 공개한 회계투명성 종합대책 최종안의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최종안 발표 당시 금융위는 "4월 중 관련 입법안을 마련해 조속히 개정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불과 2주 만에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데 대해서는 '예상 밖의 초고속 제출'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특히 이같은 속도는 의원 입법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정부 입법은 부처간 협의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면 의원 입법은 발의부터 본회의 상정까지 빠르면 3~4주 안에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위는 과거에도 긴급한 법안은 의원들에게 입법을 청원한 사례가 있다.

이번에도 금융위는 회계투명성 대책 공청회에 참여했던 여·야 의원들과 접촉했으며 이 중 대표 발의를 수락한 김 의원을 통해 법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속전속결'의 배경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뒤따른다. 회계투명성 대책이 청원 입법의 수단을 동원할 정도로 긴급한 발의가 절실한 사안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선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의식한 '코드 맞추기'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가 대선공약에 "지정감사제 확대"를 포함시키는 등 회계투명성 대책을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20대 국회 들어 외감법 개정안 의원 입법만 해도 여·야를 합쳐 14건인데 정부안은 제대로 된 게 없었다"면서 "금융위가 의원 입법을 통해서라도 대선 전에 법안을 제출, 유력 후보에게 코드를 맞추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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