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전문운용사인 에프지(FG)자산운용의 최대주주삼호개발이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 에프지자산운용 2대주주이자 CIO(최고투자책임자)인 한미숙 전무가 삼호개발 지분을 매입한 후 임원진을 새로 구성하려는 시도로, 그동안 임원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데 따른 결과다.
한강에셋자산운용과 인력 쟁탈을 놓고 무리한 소송전을 벌인데다 9000억원에 달하는 프랑스 로레알 빌딩 인수 건이 연거푸 실패하면서 자중지란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호개발이 에프지자산운용 지분 36.9% 전량을 2대주주인 한 전무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양측은 지난 6월 지분 매각과 관련한 계약을 맺고 오는 12월 잔금을 치른 뒤 지분 매각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건설업체인 삼호개발은 2012년 에프지자산운용 설립 초기에 지분 23.8%를 보유하며 2대주주로 참여했고, 지난해 말 주식을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삼호개발은 국내 첫 해외 부동산 전문운용사인 에프지자산운용과 부동산 분야의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적 투자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5년여 만에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자산운용업을 떠나게 됐다.
지분 매각은 에프지자산운용 경영진간 내분이 격화된데 따른 고육책으로 보인다. 한 전무와 공동설립자로 참여한 김호식 대표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역임한 거물급 인사로, 에프지자산운용이 미국과 유럽의 굵직한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며 설립 초기 회사를 안착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호개발의 초기 투자도 김 대표가 이끌어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래 삼호개발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보다 부동산업의 시너지를 기대해 참여한 것"이라며 "하지만 내분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 전무 측에서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요구하자 당초 기대를 접고 정리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동설립자이자 주요 주주인 양측은 분열 수순을 밟고 있다. 한 전무 측은 다음달 13일 임시주총을 열어 김 대표를 해임하고 모 증권사 부동산금융부장인 K씨를 신임 대표로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경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에프지자산운용은 지난해 말부터 로레알 빌딩 인수를 추진했는데 투자를 검토하던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이 잇따라 중도 포기하자 수억원의 실사비용만 떠안았다. 여기에 경쟁사인 한강에셋자산운용과 무리한 소송전을 벌이는 악수를 둬 기관투자자로부터 평판이 나빠져 펀드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인력을 한강에셋자산운용에 뺏기자 소송을 걸었고 이 과정에서 기관투자자가 펀드 운용사를 한강에셋으로 옮기려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는 무리수를 뒀다"며 "소송에도 졌을 뿐만 아니라 연기금·공제회에 찍혀 1년 반 동안 펀드를 설정하지 못해 경영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에프지자산운용은 2012년 금융당국으로부터 국내 첫 해외부동산 전문운용사로 인가받은 회사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4억원을 거뒀고 올 1분기에는 2억5000만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