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官출신 인사 지적한 적은 없으면서…"

이태성 기자
2017.12.12 18:00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물러난 거죠. 대체 선거로 뽑는 협회장 자리까지 정부에서 좌지우지하려는지 모르겠어요."

연임이 유력했던 황 회장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숨을 쉬었다. 최 위원장이 황 회장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에 느꼈던 불안감이 현실이 되자 금투협은 물론 증권업계 곳곳에서 불만이 감지된다.

지난달 말 최 위원장은 금융권 협회장 인사에 대해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출신 회사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사례가 또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최 위원장 발언이 삼성그룹 출신인 황 회장을 겨냥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 위원장 발언이 나온지 며칠 뒤 황 회장은 "현 정부와 결이 다르다"며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가 금융위원장 말 한마디에 물러난 것이다.

증권업계는 황 회장 불출마 과정이 전형적인 '관치'라고 해석했다. 금투협회장은 240여 개 회원사들의 투표로 선출되는데, 이 선거에 금융당국이 우회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입김을 넣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의 협회장 인사 가이드라인 제시에 업계는 불쾌함을 표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기업 출신보다 관 출신 인사가 낙하산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게 더 문제 아니냐"며 "최 위원장이 관 출신 협회장의 전관예우를 문제 삼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투협 회장 선출 선거 전에 특정인을 꼭 집어서 문제 있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전형적인 관치로, 청산해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황 회장의 불출마 발표 후 여러 인사들이 차기 협회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차기 협회장에 대한 관심보다 '관치 부활'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전문성과 능력을 배제한 인사로 자본시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글로벌 기업 중에 관의 통제로 성장한 기업이 한 개라도 있냐"며 "관치 인사로는 금융 선진화라는 목표는 영원히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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