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가 늘어나는 만큼 경쟁은 치열해질 수 밖에 없죠. 누가 더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최근 만난 자산운용사 대표의 말이다. 그는 "남들과 같은 운용전략으로는 고객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게 쉽지 않다"며 "해외에서 성공한 글로벌 운용사를 목표로 고객 신뢰를 쌓는 게 핵심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10여 년 전 자문사로 출범한 후 운용사로 전환했다. 요즘 잘 나가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임직원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데도 지난해 대규모 수익을 거뒀다. 지난 3년 새 운용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후유증으로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운용사 수는 214개로 2014년 말 86개에 비해 3년여 만에 128개(150%) 늘었다. 이 중 적자를 기록한 운용사가 76개(36%)에 달한다. 10개 운용사 중 4개 가까이가 손실을 본 것이다. 적자가 쌓여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인 운용사도 82개(38%)에 달한다.
대다수 운용사의 수익성이 떨어져 자기자본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자본잠식에 빠진 운용사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업계에서 "운용사가 외형(숫자)만 커졌을 뿐 내실(수익성)은 떨어져 '빛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운용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고객 신뢰가 떨어져 펀드나 투자일임에 고객자산이 제대로 모이질 않아서다. 운용사의 고객자산이 줄어 그만큼 기본 및 성과 등 운용보수도 감소해 순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차별화된 운용전략 부재로 수익률 등 트랙레코드(운용실적)가 떨어져 그만큼 고객자산 유치가 어려워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순익 등 실적에 날개를 단 운용사도 있다. 지난해 임직원 수 백 명의 대형 운용사들을 제치고 실적이 업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운용사가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인 곳이 사모펀드 운용사들이다. 이들의 수익성 개선은 오랜 기간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내놓는 펀드나 투자일임마다 대규모 고객자산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자산이 급증해 운용보수가 늘고 양호한 순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고 작은 위기를 거치면서도 차별화된 운용전략으로 연 10%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률 등 운용실적이 쌓여 수익성이 개선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형국이다. 최근엔 수익성이 개선된 운용사들이 차별화된 운용전략을 활용해 다양한 펀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금융사는 고객 재산을 다루는 만큼 고객 신뢰가 곧 성장과 직결된다. 운용사 역시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차별화된 운용전략을 갖춰야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객자산을 모아 성장할 수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자산운용사들이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