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폭락장" "그때 뺄걸" 베테랑 증권맨도 멘붕

김도윤 기자
2020.03.13 11:32

"지수 창만 보고 있는데, 어떻게 손 쓸 방도가 없네요. 이러다 우울증 걸리겠어요."

13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장 중 코스피지수는 8% 이상 하락하며 17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는 13% 이상 하락, 500선을 내줬다. 코스피 시장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미국 9.11 테러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2001년 9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그야말로 대폭락장이다. 증권회사 현업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멘붕'이다. "죽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주식을)그 때 뺄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11.65포인트(6.09%) 1722.68로 하락 출발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증권회사에 다니는 40대 직장인 A씨는 "회사 내부 분위기는 오히려 고요하다"며 "다들 방법이 없으니 속만 끓이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식하는 사람 입장에선 지금 어떤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다음 주 월요일 반대매매가 얼마나 나올지..휴.."라고 말끝을 흐렸다.

금요일이지만 전혀 즐겁지가 않다. A씨는 "원래 주식은 불확실성을 피해야 하니 월요일에 사서 금요일에 팔라는 말이 있다"며 "이번 주말에 어떤 잠재적 리스크가 불거질지, 어떤 사태가 또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에겐 뭐라고 할지,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40대 증권맨 B씨 역시 "증권회사에서 15년 일했는데,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다"며 "처음 보는 폭락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를 하는 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펀드나 퇴직연금을 보유한 직원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하지만 걱정만 할 뿐, 사지도 팔지도 못하니 그냥 가만히 들고 있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증권사 지점은 분위기가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패닉 상태는 기본, 전화로 화내는 고객을 달랠 뾰족한 수도 없다. 지점장도 주요 고객 상담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증권사 지점에서 근무하는 C씨는 "내점 손님은 거의 없고, 서킷브레이커가 뭐냐고 물어보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비교적 이성적인 고객들은 투자 전략 차원에서 추가 입금 여부를 물어보거나 저점 매수를 위한 ETF(상장지수펀드) 문의를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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