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1000조원 '슈퍼 경기부양'에 환호…S&P 6%↑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3.18 06: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욕증시가 '블랙먼데이' 하루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이 손꼽아 기다렸던 대책이 나온 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와 주식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최대 1조달러(약 1200조원) 이상 규모의 '슈퍼 경기부양'에 나선다는 소식에 시장은 환호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업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기업어음(CP) 매입에 나섰다는 소식도 안도감을 줬다.

"투자자들, 정부가 현금 푸는 데 희망"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048.86포인트(5.20%) 오른 2만1237.38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43.06포인트(6.00%) 뛴 2529.19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30.19포인트(6.23%) 급등한 7334.78을 기록했다.

전날 뉴욕증시는 33년만에 최악의 날을 경험했다. 다우지수는 무려 13%나 폭락하며 역대 3번째 하락률을 기록했다. 역사상 이날보다 하락률이 컸던 날은 1987년 10월19일 블랙먼데이와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당시인 1929년 10월28일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책과 연준의 적극적 대처가 증시를 나락에서 구했다.

미 국채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물 수익률도 0.34%포인트 뛰며 1%선을 회복했다.

런던캐피탈그룹(LCG)의 제스퍼 롤러 분석가는 "투자자들은 국민과 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수개월 간의 봉쇄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한 현금을 푸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사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미 국민들에 수표 나눠준다…1인당 1000달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산업과 중소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국민들이 가급적 빨리 돈을 받을 수 있게 뭔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크게 간다. 크고 강하게 갈 것"이라며 "우린 항공사들이 파산하거나 사람들이 실직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와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 의회에 최소 8500억달러, 최대 1조달러 이상 규모의 경제부양책 패키지 승인을 요청했다.

신문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밤 집권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패키지의 세부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므누신 장관은 이번 주말까진 부양책이 상원을 통과하길 원한다고 한다.

패키지에는 △현금 지원 및 세금 감면 5000억∼5500억달러 △중소기업 지원 2000억∼3000억달러 △항공 산업 구제 500억∼1000억달러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 지원 방안에는 고소득층을 제외한 국민들에게 수표를 지급하는 것도 포함된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인들에게 즉각 수표를 보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미국인들은 앞으로 2주 동안 현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 1인당 지급 금액이 1000달러에 달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므누신 장관은 "보도된 것보다 조금 더 클 수도 있다" 했다. 그러면서 "백만장자들에게 수표를 보낼 필요는 없다"며 소득에 따른 선별 지원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트럼프 "코로나와 싸움, 생각보다 빨리 이길 수도"

또 므누신 장관은 총 3000억달러(약 360조원)에 달하는 개인과 기업의 세금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인은 최대 100만달러(약 12억원), 기업은 1000만달러(약 120억원)까지 세금 납부를 미룰 수 있게 된다.

이번 부양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유급 병가 지원 등을 위해 추진하는 1000억달러 규모의 패키지와는 별개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이 부양책이 원안대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하원은 행정부의 1000억달러 패키지를 처리하면서 유급 병가 지원 관련 예산을 일부 삭감했다.

므누신 장관은 주식시장과 관련, "모든 사람이 열려 있길 희망한다"며 폐장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필요한다면 (거래) 시간을 단축할 시점에 이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태가 지나가면 미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며 "그것(회복)은 펑하고 터져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며 "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그는 "일을 훌륭하게 해낸다면 코로나19 사태는 7∼8월에 지나갈 것"이라면서도 "(최악의 경우) 그 이후까지 통제되지 않을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었다.

연준, 결국 기업어음까지 매입…기업 유동성 위기 방지

한편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가계와 기업에 신용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CP매입기구(CPFF)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CP 매입은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3개월짜리 CP 또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재무부가 연준에 100억달러(약 12조원)의 신용보장을 제공한다.

연준은 연준법의 긴급 상황 관련 조항에 따라 재무부의 승인을 거쳐 CPFF를 설립하고 운용할 수 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CPFF를 가동한 바 있다.

연준은 "최근 가계와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CP 시장이 상당한 부담을 받아 왔다"라며 "CP 시장 개선으로 기업의 고용·투자 유지 역량이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연준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대부분 소진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발표됐다.

지난 15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1.00~1.25%에서 1%포인트 긴급 인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0.00%~0.25%로 떨어지며 2015년 이후 5년만에 '제로 금리'에 돌아갔다.

또 연준은 7000억달러(약 853조원) 규모의 양적완화(QE)도 재개키로 했다. 여기엔 5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20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증권(MBS) 매입도 포함된다.

아울러 연준은 은행 할인 창구에서 긴급 대출 금리를 연 0.25%로 낮추는 한편 대출 기간을 90일로 늘렸다.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금 요구 비율도 '0'으로 줄였다.

국제유가 또 급락…WTI 6%↓

유럽증시도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6.44포인트(2.26%) 오른 291.07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196.85포인트(2.25%) 오른 8939.10,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110.32포인트(2.84%) 상승한 3991.78에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에서 FTSE100지수는 143.82포인트(2.79%) 뛴 5294.90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75달러(6.1%) 급락한 26.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5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밤 10시7분 현재 1.16달러(3.9%) 내린 28.8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016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은 전장보다 42.40달러(2.85%) 상승한 1528.9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도 강세였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1.54% 오른 99.58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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