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랠리를 펼쳐온 뉴욕증시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실적 발표를 앞둔 기술주들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속에서 미국의 소비심리는 시장의 예상보다 더 큰폭으로 냉각됐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2.23포인트(0.13%) 내린 2만4101.55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지수도 전장 대비 15.09포인트(0.52%) 하락한 2863.39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22.43포인트(1.40%) 떨어진 8607.73으로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들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날 넷플릭스는 4%, 페이스북과 아마존은 2% 이상 하락했다.
오는 29일엔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30일엔 애플 아마존 트위터의 1/4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날 장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정규장에서 3% 떨어졌지만, 실제 광고 매출이 당초 예상만큼 나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8% 이상 뛰었다.
스파르탄캐피탈증권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기술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며 "만약 실제로 기술주들의 실적이 실망스럽다면 이 주식들이 증시 하락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사상 최대폭으로 급락하며 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올 하반기엔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확인됐다.
비영리 민간 조사기구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4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86.9로 전월 118.8(수정치) 대비 31.9포인트나 급락했다.
역사상 가장 큰 하락폭으로,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켓워치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중간값 90도 밑도는 수치다.
소비자들이 보는 현재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현재상황지수(PSI)는 지난달 166.7에서 이달 76.4로 곤두박질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전국적 봉쇄(락다운) 조치로 최근 5주만에 2650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냉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조사에 응한 소비자들 가운데 약 40%는 경제 상황이 앞으로 6개월 내로 개선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외출금지령과 비필수 사업장을 폐쇄했던 미국에선 최근 텍사스를 비롯해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 일부 남부주들과 알래스카 주에선 식당 등 상업시설들의 접객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뉴욕주는 외출자제령과 비필수 사업장 폐쇄 명령이 만료되는 5월15일 이후 건설업과 일부 제조업부터 조업 재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포드와 GM 등 미국 자동차 기업들도 다음달 18일부터 미국 공장 조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럽증시는 이틀째 랠리를 펼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가운데 각국이 앞다퉈 봉쇄(락다운) 완화에 나서면서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5.65포인트(1.68%) 뛴 341.09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 지수는 135.64포인트(1.27%) 오른 1만795.63, 프랑스 CAC 지수는 64.53포인트(1.43%) 상승한 4569.79로 마감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111.71포인트(1.91%) 급등한 5958.50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이가 희생된 이탈리아에선 일부 상점이 영업을 재개했고 5월4일부터는 공장과 건설 현장도 재가동된다. 다만 음식점과 술집은 6월이 돼야 영업을 다시 시작할 전망이다. 학교도 9월까지 폐쇄를 유지한다.
스페인은 제조업과 건설업 부문이 이미 운영을 재개했다. 지난주말엔 한달 넘게 이어진 어린이 외출 제한 조치가 풀렸다.
프랑스는 5월11일부터 대다수 상점의 영업 재개를 허용한다. 그러나 음식점과 술집, 카페 등은 예외다. 단계적인 봉쇄령 완화가 시작되면 대중교통 이용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독일은 지난주부터 소규모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고 5월3일부터 중등학교가 개학한다. 독일 역시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이밖에 오스트리아, 덴마크,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도 점진적인 봉쇄 완화를 시작했거나 논의 중이다.
그러나 영국은 5월7일까지인 봉쇄령의 연장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최근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인 국제유가가 이날은 갈피를 잡지 못한채 혼조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 속 수요 증발에 따른 탱크탑(원유 저장탱크 포화)에 대한 공포와 봉쇄 완화에 따른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엇갈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44센트(3.4%) 떨어진 12.3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WTI는 장중 20% 이상 급락했다 회복했다.
반면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6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밤 9시48분 현재 배럴당 91센트(4.6%) 오른 20.90달러를 기록 중이다.
리스태드 에너지의 뵤르나르 톤호젠 원유시장본부장은 "미국의 공장 재가동은 단기적으로 유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2/4분기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WTI 가격은 수요 부진에 따른 석유 저장고 포화에 대한 우려로 한때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졌다.
WTI의 실물 인도가 이뤄지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Cushing) 지역의 원유 저장고도 사실상 가득 찼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쿠싱의 원유 저장 용량은 약 8000만 배럴인데, 현재 5000만 배럴 이상이 채워져 있다. 나머지도 대부분 사용 예약이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 위에도 갈 곳 없는 수많은 유조선들이 원유를 가득 실은 채 떠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현재 해상 유조선에 적재된 원유는 지난달 1일보다 76% 늘어난 약 1억5300만 배럴에 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산육국들의 공격적인 감삼 등을 통해 원유 저장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또 다시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즈호증권은 다음달 국제유가가 배럴당 마이너스 1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주요 산유국들의 부족한 감산량도 유가 급락을 부추겼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는 지난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5월부터 6월까지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세계적 석유 수요 감소량 추정치인 하루 약 2000만 배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제자리 걸음했다. 이날 오후 4시55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장보다 0.70달러(0.04%) 하락한 1724.5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는 약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06% 내린 99.98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