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최대 화두는 기후변화"…탄소배출 감축에 생사 갈린다

한정수 기자, 오상헌 기자, 이정혁 기자, 박광범 기자
2020.12.09 16:39

[2020 ESG포럼 기업이 만드는 행복] ESG 전문가들, 입 모아 "기후 변화 대응, 위기이자 기회"

임대웅 UNEP Finance Initiative, 에코앤파트너스 2°c 한국대표이사가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sky31 컨벤션에서 열린 '2020 ESG 포럼'에서 'Post Pandemic 이후 성장기회를 이끌 ESG 2.0'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의 가장 큰 화두는 기후변화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9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SKY31 컨벤션에서 '포스트 코로나, 한국 경제 시스템의 재편 - ESG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회 머니투데이 ESG포럼 기조강연을 맡은 박유경 APG(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 아·태 책임투자·거버넌스 총괄이사의 말이다.

"ESG 소홀히 하면 투자 못받는 시대"…네덜란드 연기금, 한국전력 지분 모두 처분

기후변화가 최대 화두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잦아지고 있는 기상 이변 현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큰 위협을 받고 있어서다. 산업혁명 이후 전세계 평균 기온은 1.1도 상승했다. 지구온난화가 기상 이변의 주요 원인이다.

호주와 미국 서해안 등에선 올해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대서양에선 기록적인 수의 허리케인이 만들어졌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도 수차례 대홍수가 덮쳤다. 지난 여름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도 장마가 무려 54일간 이어졌다. 기상 관측 사상 역대 가장 긴 장마다. 환경 분야에서의 지속가능성이 기업 활동은 물론 인류 생존의 중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2050년 탄소중립이 지상과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국제 협의체) 보고서에 등장하면서 전세계 최대 이슈로 부각된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 만들어 온실가스가 더 늘지 않도록 하는 '제로' 상태를 뜻한다.

앞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법제화했다. 일본과 중국도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세계적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기후 변화,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무감한 기업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 총괄이사는 "상황이 엄중하다보니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을 만나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만 설명을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투자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1차적 목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55%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라며 "이를 먼저 달성해야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성장을 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온실가스 배출을 더 늘리겠다고 말하면 아예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박 총괄이사가 몸담고 있는 APG는 연초 석탄 화력발전에 투자한 한국전력 주식을 모두 처분하기도 했다. 심각한 기후변화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APG는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운용 전문 기관이다. 네덜란드 공적연금 기금과 민간 교육, 건설 등 각 분야의 연기금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한다. 자산운용 규모는 약 690조원에 달한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이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sky31 컨벤션에서 열린 '2020 ESG 포럼'에서 '탄소중립과 ESG 그리고 이사회 역할'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투자자들이 기업들에 ESG 관련 요구…"기후변화 대응, 위기이자 기회"

유사한 사례는 더 있다. 미국 석유업체 엑손모빌은 경영전략에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에게서 소송을 당했다. 스페인 최대 에너지 기업 렙솔과 호주의 콴타스항공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천명했다. 이 역시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른 조치다. 이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재무보고서에 반영할 계획을 밝히는 등 ESG와 관련한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이날 포럼에서 이런 사례를 근거로 "ESG는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것은 결국 ESG를 중요시하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ESG 등급이 좋은 회사는 평균적으로 실적이 좋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은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대웅 UNEP FI(유엔 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한국대표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지 않고 2100년이 됐을 때 예상되는 전세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누적 GDP(국내총생산)의 -7∼-25%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다만 체계적인 전환에 성공한다면 녹색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여러 국가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을 기초로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를 잘 하고 배터리와 같은 새롭게 성장하는 사업을 발굴한다면 우리 경제가 더 탄탄해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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