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부끄럽다"며 합의를 촉구했다.
양사 간의 소송이 벌써 3년째에 접어든 만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더 힘써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 ITC(국제무역위원회) 최종 판결을 열흘 남짓 앞둔 상황에서 전격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28일 "K-배터리의 미래가 크게 열릴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며 "소송 비용이 수 천억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고 밝혔다.
정부가 두 회사 간 소송에 직접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배터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이 소송이 국내 업체의 경쟁력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는 중국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이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다만 정 총리의 발언이 실제 합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총리 얘기는 양사를 만나서 합의를 권유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는 내용이 전부"라며 "이미 양사가 일년에 수천억원씩 들이는 상황에 총리 발언으로 갑자기 안 되던 합의가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2019년 LG에너지솔루션이 ITC에서 영업비밀침해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ITC는 지난해 2월 LG에너지솔루션에 예비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10월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이후 세 차례 연기되면서 결국 다음 달 10일로 밀렸다. 그동안 3년 가까이 소송이 늘어지면서 양사 역시 타격이 크다. 이번 소송에 들어간 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 진행 중인 배터리 소송과 관련된 법률비용은 100% 배터리 부문 손익에 반영하고 있다"며 "만약 이 소송비용이 제외됐다면 올해 영업이익은 상당한 폭으로 개선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이어진다는 점 역시 리스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 최종 판결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양사가 합의를 위한 대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판결 이후에도 합의할 가능성이 작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동안 소송 진행 경과에 따라 양사 주가가 움직이기도 했다. ITC가 예비 판결을 내렸던 지난해 2월 LG화학은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후 2주간 주가가 18% 가까이 빠졌다.
또 첫 판결이 연기된 지난해 10월 26일에는 불확실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LG화학 주가가 2.17% 하락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15분 현재 SK이노베이션은 4.34%(1만2500원) 오른 1만2500원, LG화학은 0.43%(4000원) 오른 94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