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으며 상장 2개월 만에 주가가 2배 이상 올라 국내외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말 20달러 이상에서 거래되던 카누는 최근 7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카누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이유는 지난달 말 실적발표회에서 기존의 사업방향을 대폭 수정하겠다고 밝힌 탓이다. 이를 두고 기존의 차별점이 없어져 투자 매력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과 더 큰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카누는 당초 유연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플랫폼은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 전기차가 잘 운행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기능들을 모아놓은 뼈대다. 이 뼈대 위에 어떤 차체를 얹느냐에 따라 세단, SUV 등 다양한 차량을 제작할 수 있다. 이 같은 플랫폼 기술을 갖춘 기업은 전세계적으로도 몇 군데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카누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사업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려는 다른 기업들에 자신들의 전기차 제작 노하우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전기차를 직접 제작해 판매하지 않아도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밖에 카누는 전기차 구독 사업을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전기차 판매가 아닌 대여 형태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 상장한 뒤 10달러 초반에 거래되던 카누는 지난해 12월10일 22달러까지 주가가 상승했다. 이후 꾸준히 10달러 중반에서 거래됐다. 국내 투자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카누 순매수액은 약 1900만달러(약 210억원)가 넘는다.
지난달 말 실적발표회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달러 선이 붕괴된 이후 계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탓으로 풀이된다.
카누는 실적발표회에서 엔지니어링 서비스 사업을 더 이상 강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누는 2022년 첫 전기차를 발표할 계획인데 그 이전까지 이 엔지니어링 서비스 사업이 꾸준한 수익을 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이와 관련, 일부 현지 언론은 카누가 기술력 유출을 막기 위해 해당 사업을 축소하려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카누는 또 전기차 구독 사업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카누의 기존 차별점들을 모두 포기한 셈이다. 자동차 공유 사업의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MIT(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엔지니어들과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이 이끄는 시장조사기관 팀 트레피스는 지난 8일 포브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카누는 공장을 짓고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카누의 주가 하락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당초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차별점들이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앞으로도 더 치열해질 전기차 시장에서 카누가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카누는 2022년 3억3000만달러(약 3700억원)의 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26년까지 연평균성장률 88%를 기록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같은 의미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희망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력이 어느 정도 입증된 기업인 만큼 차량 판매가 시작된다면 눈에 띄는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카누는 2022년 7인승 전기차와 배달용 전기차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혁신적인 형태의 픽업트럭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CNN머니 등에 따르면 현지 애널리스트들도 아직은 매수 의견이 더 많다. 1년 뒤 목표주가는 평균 15달러 안팎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가가 7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 지금을 적절한 매수 기회로 추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팀 트레피스는 "카누는 여전히 증명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면서도 "앞으로 일이 잘 풀린다면 유연한 플랫폼 기술력 등이 장기적인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촬영 방진주 PD, 권연아PD
편집 방진주 PD
디자인 신선용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