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랠리 끝났다"…상승 3배 베팅 청산-빅테크 매도[서학픽]

권성희 기자
2022.08.22 21:14

[서학개미 탑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서학개미들이 기술주 위주의 서머(여름) 랠리가 끝물이라고 보고 미국 증시에서 또 다시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S&P500지수가 4200선에서 4300선을 넘어선 지난 10~16일 동안 미국 증시에서 2억8029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지난 7월27일~8월2일까지 3억4000만달러의 역대급 순매도에 이어 한 주일만에 또 다시 미국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이다.

S&P500지수는 지난 16일 4305.20으로 지난 6월16일 저점 이후 최고점을 찍은 후 지난 19일 4228.48로 마감하며 주춤한 모습이다.

미국 증시가 가파르게 달려온 랠리를 일단 중단하고 숨고르기를 시작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서학개미들의 지난주 대규모 매도가 조정 직전의 절묘한 타임이었는지 주목된다.

지난 10~16일간의 순매도에서 특징적인 것은 서학개미들이 상승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대거 청산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서 5거래일간 1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매도 우위를 나타낼 때 '팔자'를 주도한 것은 거의 언제나 테슬라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ICE 반도체지수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를 각각 6000억달러 이상씩 팔아치우며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6월16일 저점을 찍은 후 이어진 상승세가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다수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랠리가 침체장 반등이든, 강세장의 시작이든 지난 7월 중순 어닝 시즌을 기점으로 급하게 오른 만큼 일단 조정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부 기술적 분석가들은 미국 증시가 10월 초까지 조정을 받은 후 올 연말 다시 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서머 랠리 때 많이 오른 애플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주를 직전 5거래일(지난 3~9일)에 이어 2주 연속 대거 팔았다. 특히 애플을 4000억달러 이상 순매도했다.

직전 5거래일에는 순매수했던 테슬라와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다만 서학개미들은 테슬라를 3813만달러 순매도한 동시에 테슬라 주식의 하루 수익률을 1.5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배 주식(TSLL)은 1017만달러 순매수했다.

테슬라는 오는 25일부터 3대 1로 액면 분할돼 거래되는 가운데 전기차시장 선두업체로서 미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은 반도체주와 나스닥 대형주의 상승에 3배 베팅하는 ETF를 대거 청산한 반면 하락에 3배 베팅하는 레버리지 숏(short) ETF는 순매수했다.

국채와 회사채, 배당주에 투자하는 ETF에 대한 순매수도 계속해 최근 가파르게 오른 증시에 대해 추격 매수하기보다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 종목 가운데 테슬라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고는 개별 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서학개미들이 확신을 갖고 매수할 만큼 매력적인 미국 주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증시가 서머 랠리를 끝내고 본격적인 조정을 시작할지 초미의 관심을 끄는 가운데 이번주에는 26일로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이 가장 큰 이벤트다.

미국 증시의 서머 랠리를 이끈 가장 큰 동력은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되면서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올해 말로 끝나고 내년 중반부터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였다.

연준 내 여러 인사들이 지난 7월 소비자 물가상승률 하락만으로 인플레이션이 꺾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거듭 말했지만 증시는 요지부동 강세를 계속했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이 완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지난 18일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잇단 매파적 발언으로 꺾이기 시작했고 19일 미국 증시는 간만에 1~2%의 조정을 맞았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9월 FOMC에서도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3번 연속으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된다.

닐 카시카리 미니에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지금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은 채 낮아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나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의 연설은 내용상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겠지만 지금의 인플레이션과 추가로 발표된 여러 경제지표에 대한 연준의 입장을 종합해 재정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시장의 단기 방향을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파월 의장의 연설 직전에 연준이 물가 지표로 중시하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가 공개돼 인플레이션 흐름에 대한 좀더 분명한 연준의 입장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실적으로는 오는 24일 장 마감 후에 발표되는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이미 지난 8월 초 실적 부진 경고로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낮춰 놓았다. 5~7월 분기 실적이 하향 조정된 전망치는 웃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혹시라도 밑돌면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엔비디아는 지난 8월 초 그래픽 칩 수요 부진만 언급했던 만큼 데이터 센터 부문의 성장세는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데이터 센터 부문마저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다면 엔비디아 매출의 양대 축이 모두 약화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