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는 바이오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3년 전에는 네이버·카카오, 2년 전에는 메타버스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죠. 지금은 그게 2차전지일 뿐이에요."
가치투자의 대가, '한국의 워런버핏'으로도 불리는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2차전지 투자 열풍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수 많은 주도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 것처럼 지금 2차전지에 관심이 쏠릴수록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 대표는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와 함께 대학생 시절부터 '한국형 가치투자'를 실행해 왔다. 단타와 모멘텀 투자만 난무하던 한국 증시에서 저평가 가치주 중심의 장기투자로 지난 20년 간 누적 1200% 가량의 수익률을 올렸다.
최 대표는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와의 인터뷰에서 "2차전지가 앞으로 계속 커질 산업은 맞다"면서도 "개화하는 산업에 투자할 때는 이 산업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잘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의 성장성만 밑고 특정 기업에만 올인하다간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며 "이럴땐 오히려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에 오시면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의 인터뷰 풀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Q. 최근 주식 시장은 박스권 흐름인데요. 지금은 어떤 장세로 보고 계신가요?
▶최준철 대표 : 지난해 말 기자들이 저에게 내년 증시를 어떻게 전망하냐고 물었을 때 저는 상고하저(상반기 상승, 하반기 하락)라고 대답했어요. 당시에 대부분 전문가들이 상저하고를 얘기했거든요. 이건 저만의 팁인데 시장이 예상하는 것과 반대로 하면 거의 맞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순환매 장세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아요. 그렇다고 기존의 주도주가 다시 부활해서 시장을 끌고 갈 것 같지는 않고요.
제가 시장을 판단할 때는 우라가미 구니오의 증시 사계절 이론을 참고합니다. 이 이론은 코로나19때부터 굉장히 잘 맞았어요. 지난해에서 올해 넘어올 때는 역실적장세(증시 사계절상 겨울)였는데 이게 제일 안 좋은 겁니다.
그 다음이 금융장세(증시 사계절상 봄)인데 저는 지금 금융장세에 들어온 것 같아요. 금융장세일때는 기업 실적이 안 좋은데 주가는 슬금슬금 오르거든요. '사람들이나 뉴스에서 다 안 좋다고 하는데 주가는 왜 계속 오를까, 이거 페이크(fake) 아니야?'라고 의심만 하다가 주가는 계속 오르는 거죠.
금융장세의 특징이 금리가 본격적으로 떨어지면서 시작되는 게 아니에요. 금리 상승이 어느정도 멈출때 선반영해서 증시가 움직이거든요. 저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Q. 코스피 지수 3000대 이상에서 투자하신 분들은 아직도 물려있을 텐데요. 약세장에선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냉정하게 보자면 시장은 당신이 이 주식을 얼마에 샀고 언제 샀는지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현재가 중요할 뿐이에요. 만약 1억원으로 어떤 종목을 샀는데 주가가 절반으로 떨어져서 5000만원이 됐다고 해 볼게요. 그럼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겁니다. '나한테 현금 5000만원이 있다면 이 주식을 그대로 다시 살 수 있나?'하는 거죠. 이 질문에 '그렇다'는 답이 나온다면 물타기를 하거나 더 버텨볼 수 있는 거고요. 그렇지 않다면 헤어질 준비를 해야겠죠.
약세장은 오히려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때는 리서치를 확 늘려서 주가가 싼 종목들이 뭐가 있나 찾아보는 거죠. 약세장이 끝났을 때 더 많이 튀어오를 수 있는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게 필요합니다.
Q. 2차전지 처럼 특정 업종 위주로만 주가가 오르면 이 종목들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조급함을 느끼고 있는데요. 이런 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내가 투자한 종목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포모(공포증)에서 멀어질 수 있는 거 같아요. 예를들어 전통있는 국밥집 사장님이 요즘에 카스테라가 인기라고 국밥 그만두고 카스테라를 팔진 않을 거잖아요. 자기 것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제가 대학생때부터 수 많은 가치투자의 대가들을 만나보면서 이분들이 대단하다고 느낀 게 뭐냐면 질투심이 별로 없어요. IT 버블때도 그렇고 다른 급등하는 종목이 있다고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유지하시는 분들이거든요.
Q. 2차전지 지금이라도 사야 할까요?
▶5년 전에는 사람들이 저에게 '바이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을 많이 했어요. 3년 전에는 '네이버, 카카오 어때요?' 였고 2년 전에는 '메타버스 어때요?'였습니다. 지금은 그 자리에 2차전지가 있는 거예요. 2차전지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언제나 이런 자리는 존재해 왔고 당연히 유혹이 되죠.
가치투자자들의 기질을 나타내는 표현이 있는데 '어린이날 에버랜드 가지 않고 높은 절벽 위에서 장난 안 친다'(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지금 상황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다만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저희는 2019년부터 2차전지만 분석하는 사내 애널리스트가 있어요. 이 산업에 대해 잘 알고 관련 자료도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그냥 표면적인 것만 보는 게 아니라 운동장을 넓게 써서 보는 거죠. 저희가 지금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그런 종목들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폄하 당할만한 포트폴리오는 아닙니다.
Q. 앞으로 2차전지 산업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시나요?
▶계속 커질 거라고 봅니다. 이 산업은 이제 개화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개화하는 산업에 투자 할 때는 2가지가 중요한데요. 첫번째는 이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산업의 부가가치가 어디로 갈 것이냐 하는 거예요. 산업이 성장하면 밸류체인 모두가 돈을 벌 것 같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예를들어 LCD 산업이 성장하는 국면에서 모든 기업들이 돈을 벌지 못했어요. 인터넷 역시 저는 솔직히 지금 네이버가 위너가 될 거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야후, 다음, 프리첼 등 경쟁자가 많았고 구글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도 등장했거든요. 성장하는 산업 안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계속 지켜 보셔야 합니다.
두번째는 성장하는 산업에서 기업 실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면 주가 변동성이 굉장히 커질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는 거예요. 산업의 성장성만 믿고 투자하다간 오히려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땐 그냥 ETF를 사서 종목을 분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