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찜한 일본 증시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시장에선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일학개미들(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도 버핏 회장을 따라 일본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22일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8.47포인트(0.9%) 오른 3만1086.82로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225지수는 1990년 이후 약 33년 만에 3만1000선을 돌파했다. 도쿄증시 1부 종목을 모두 반영한 토픽스(TOPIX) 지수 역시 같은 기간 14.21포인트(0.66%) 오른 2175.9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의 경제성장과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따른 영향이다. 지난 1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시장 예상치(0.8%)를 크게 웃돈 1.6%로 집계됐다. 경기 소비재를 포함한 산업재, 리오프닝(경기재개) 업체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인 도요타의 1분기 영업이익은 6조2690억엔으로 시장 기대치(5조5350억엔)를 훌쩍 넘어섰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5월 어닝 시즌엔 닛케이225 기업 중 52%가 기대치를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발표했다"며 "수출, 제조업 기반의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했고 연초까지만 해도 회복이 더뎠던 리오프닝 업체들의 실적도 좋았다"고 분석했다.
버핏 회장의 일본 주식 베팅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버핏 회장은 2020년 8월부터 일본의 종합상사 기업인 △미쓰비시 △이토추 △미쓰이 △마루베니 △스미토모 등의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지난달엔 이들의 지분을 7.4%까지 늘렸다고 밝혔다.
일학개미들도 버핏 회장을 따라 일본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달부터 순매수한 일본 주식 상위권엔 버핏이 투자한 마루베니(3위·466만4485달러), 이토추(8위·143만3029달러), 미쓰비시(10위·110만9918달러) 등이 포진돼 있다. 스미토모 상사그룹 산하의 광산기업인 금속광산(6위·170만3562달러) 역시 큰 규모로 사들였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버핏 회장이 일본 종합상사 기업에 투자한 건 인플레이션 시대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광물자원 민족주의가 태동하는 가운데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한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등은 광물자원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장은 현재 일본 주식을 재평가하고 있다. 특히 일본 증시에선 저평가된 좋은 기업들이 많다고 본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 중 약 40% 정도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안 된다. PBR이 1배 미만이란 건 시총 규모가 회사의 자산가치보다 낮다는 뜻이다. 국내 상장사들도 PBR 1배 미만인 곳이 많지만 일본 기업의 경우 한국보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정책에 더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선 일본 시장을 더 주목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엔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중국 등 주변 국가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수혜를 볼 수 있어서다. 아울러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에서 일본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니케이225지수가 하반기 최대 3만3000 선까지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일본 증시의 추가적 상승이 제한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주식시장이 단기간에 너무 빠르게 올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RSI(상대강도지수)가 70.4%에 이르며 단기 과열감이 존재한다"며 "니케이225지수 기준으로 3만500 선까지 추가 상승 후 차익 실현 매물에 따른 조정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