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제도개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2024.02.16 04:00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흔히 자사주라고 불리는 자기주식은 회사가 본인이 발행한 주식을 재취득해 보관하는 주식을 의미한다. 회사 금고에 보관돼 있다는 의미에서 금고주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자사주 취득을 기업이 시설투자나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본을 다시 투자자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는 것이 기업이 주주에게 기업의 성과를 환원하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면서, 국내에서도 1992년부터 상장회사를 시작으로 자사주 취득을 단계적으로 허용해 왔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자사주가 주주환원이라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자사주는 의결권과 같은 대부분의 주주권이 제한됨에도 유독 인적분할의 경우 법령과 판례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대주주가 추가적으로 자본을 지출하지 않더라도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이른 바 '자사주 마법'이라고 불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이를 소각할지 아니면 다시 매각할지와 같은 처리계획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보가 시장에 '적시에',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이와 같은 자사주 제도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우선, 상장회사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할 계획이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선진국들은 모두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대해 신주배정권리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우리 자본시장 제도의 선진화를 도모하는 한편, 기업 재편과정에서 회사의 자금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됐던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인적분할된 신설회사가 재상장하는 경우 상장 심사 과정에서 일반주주에 대한 권익보호 방안을 충분히 마련했는지를 꼼꼼히 점검해, 주주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사주의 취득, 보유, 처분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 대해 시장에 보다 투명한 정보가 공개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기업의 자사주 보유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는 경우 자사주 보유 사유 등에 대한 상세한 공시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또한 임의적인 자사주 처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주주 권익 침해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이 자사주를 처분할 때, 처분의 목적 등에 대한 공시의무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자사주에 대한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회는 우리 자본시장이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자 기회의 사다리'가 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어느 특정 주주의 사익 추구 수단이 아니라, 일반주주 모두의 권익이 존중받는 시장이 될 수 있도록, 물적분할 시 주주보호,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의무화, 전환사채 및 기업 인수·합병(M&A) 제도개선과 같은 중요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오고 있다. 금번에 발표한 자사주 제도개선 방안도 이와 같은 노력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근시일 내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문화의 확산과 제도의 뒷받침 없이는 우리 자본시장이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고 선진시장으로 도약하는 것이 요원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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