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위한 로드맵 발표가 늦어진다면 국가 ESG 거버넌스 공백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부대표는 9일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ESG 콜로키움 2024'에서 "현재 국내 기업의 공시 수준을 분석하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적용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재 부대표는 '주요국과 국내 ESG 규제 동향'을 주제로 강연했다.
지난해 6월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IFRS S1(일반), S2(기후) 공시기준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올해 4월 말 KSSB(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내놨다. 공시 도입 시기는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미뤄, 시행 시점이 불명확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 의무화 시기와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오 부대표는 "ESG 공시 역시 기업 투명성 강화 측면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도입 시기가 늦어지면 국내 자본시장 밸류업에도 부정적일 것"이라며 "밸류업 정책은 주로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일본의 의무 공시 시점보다 늦어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가급적 신속히 ESG 공시 로드맵을 발표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오 부대표는 일본 밸류업 정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서 "ESG 관점이 잘 스며들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거버넌스 개혁을 통한 성장을 도모한 아베 내각의 일본 재흥 전략, 기업과 투자자의 협력을 강조한 '이토 리포트', 일본 공적연금 역할 강화 등 밸류업 정책 기반 곳곳에서 ESG 요소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오 부대표는 "이토 리포트처럼 ESG 철학을 바탕으로 밸류업 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며 "밸류업을 너무 재무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보다 ESG와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면 기업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밸류업 성공을 위해 행동주의 펀드에 자금을 위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사 충실 의무와 관련한 상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또 하나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EU(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법에 대해선 기업의 인권 경영 확산에 초점을 맞춘 규제라고 분석했다. 오 부대표는 "ESG 공급망 관리가 새로운 갑을 관계나 책임 및 리스크 전가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며 "인권과 환경 위험이 특정 산업의 구조적 리스크인 경우 기업이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보단 업계가 연대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