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우등생으로 주목을 받았던 금융주들이 계엄령 사태로 인해 급격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밸류업 정책의 핵심인 주주환원에 대한 세제혜택이 불확실해질 뿐더러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정책 동력 상실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5일 오전 11시40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KB금융은 전일 대비 8100원(8.49%) 하락한 8만7300원에 거래됐다. 지난 8월5일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다른 금융주 역시 마찬가지다. JB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5%대 하락 중이며 우리금융지주, 제주은행, 하나금융지주는 2~3%대 약세다.
보험업종 중에서는 삼성화재와 동양생명이 5%대 약세를 보이고 한화생명, 삼성생명, DB손해보험 등은 2~4%대 하락하고 있다. 정국 혼란으로 인해 밸류업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이다. 연초부터 금융업종에 대해 순매수 기조를 이어왔던 외국인은 이날 현재 금융업종에서만 1817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올해 들어 주요 금융주들은 정부 밸류업 정책의 수혜 업종으로 주목 받으며 주가 랠리를 이어왔다. 밸류업 정책의 핵심이 주주환원 강화라는 점에서 고배당 대표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주가 주목받았다.
정부는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다양한 세제혜택도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의 주주환원 증가분에 대해서는 법인세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최대주주 상속세의 20% 할증평가도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밸류업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주요 금융주들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세제 혜택은 세법 개정 사항으로 야당의 도움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로 인한 탄핵 정국의 돌입으로 국정 혼란이 가중되면서 밸류업 정책의 동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2025년도 예산안 지연과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도 금융주에 부정적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해 경제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경제 펀더멘털은 국내 정치불안보다는 글로벌 경기의 영향이 더 주요하다"며 "하지만 경제주체, 특히 소비자의 심리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2016년 10월말부터 국내 소비심리를 하강하기 시작했고 당시 한국은행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성장률 전망을 하향하기도 했다. 이후 2017년4월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하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됐고 성장률 전망도 다시 상향됐다.
권 연구원은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내수 활력이 추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는 국면인 만큼 정책적 지원의 필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 집행력이 약화될 수 있는점은 경기에 하방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됐다.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로 낮추면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기존 2.1%에서 1.9%로 하향했다. 경기둔화 우려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춘 것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두 번째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시장금리의 추가 하락을 가정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 업종의 순이자마진도 기존보다 낮춰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은 보험업종에도 부정적"이라며 "규제 강화 국면이기 때문에 은행보다 민감도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