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은 사실상 美가 100%"…한은 경고 이유있었다

배한님 기자, 김은령 기자, 김세관 기자, 김근희 기자, 박수현 기자, 김창현 기자
2025.03.27 17:05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 중 미국 비중/그래픽=김현정

증권사들이 미국에 편중된 해외주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 미국 비중을 줄이지 못하더라도 빅테크 기업으로 쏠린 투자를 다각화하려고 시도한다.

27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토스증권·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 등 해외 주식 서비스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증권사의 미국 주식 비중은 90%를 넘어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미국 비중이 거의 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사실상 100%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미국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한국은행의 지적대로다. 한국은행 해외분석팀은 지난 26일 블로그에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라는 리포트를 공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해외 포트폴리오 중 미국 주식 비중은 2019년 말 58.2%에서 2023년 말 88.5%, 지난 18일 기준 90.4%까지 높아졌다.

특히 M7(매그니피센트7)이라 불리는 빅테크 기업 편중은 더욱 심했다. 나스닥 등을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까지 합치면 M7 비중은 43.2%에 달한다. 이 중 테슬라가 전체 개인투자자 해외투자 잔액의 14.7%, 엔비디아가 10.5%를 차지했다. M7 전체 투자잔액 비중은 2022년 이후 4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2기 정부 들어서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변동성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투자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일부 종목에 대한 편중을 줄이고 국내외 다른 종목에 대한 투자를 늘려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증권사들도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거나 과열된 종목에 대한 담보대출을 막거나 리서치센터에서 미국 비중을 낮추는 등 방안이다. 미국 비중을 줄일 수 없다면, 미국 주식 중 빅테크 외의 투자처를 추천하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도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말 테슬라와 아이온큐 등 일부 미국 주식에 대한 신규 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주가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해 고객 투자를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신규 주식담보대출 금지 이후 미국 주식 비중은 해외주식 전체 가운데 3%포인트 낮아졌고, 이 부분은 중국 주식 등으로 넘어갔다"며 "분산 투자를 강조하는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글로벌 자산 중 미국 비중을 지난해 말 46%에서 올해 43%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내 미국 주식 비중이 줄어든 것이 국내 투자자 과열과는 크게 상관은 없지만 미국 일부종목 편중 현상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며 "스몰캡 등 다양한 미국 유망주를 소개하고자 지난해 3월 미국 종합금융사 스티펄 파이낸셜과 함께 미국에서 발간된 리서치 보고서를 하루 2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현지시간) 시사 주간지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뒤 뉴욕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증시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을 울리고 있다. /사진=뉴욕 AFP(뉴스1)

미국 주식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토스증권도 해외 주식 종목 다변화를 시도 중이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리서치센터 출범 이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우량주 중심으로 리포트를 발간 중이며, 레버리지, 인버스 등에 대한 위험성 및 자산배분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토스증권은 이날 '숨은 기회 찾기-에너지' 리포트에서 미국 내 최대 규모 천연가스 유통업체 '에트모스에너지', 가스 및 전력 공급 업체 '나이소스', 에너지 관련 토지 관리 기업 '랜드브릿지' 등을 추천했다.

삼성증권도 글로벌 에셋 리포트에서 미국 비중을 1분기 '+1(다른 주식 대비 선호)'에서 2분기 '0(중립)'으로 조정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글로벌 투자전략에서 미국 주식에 대한 우려가 4월 피크에 달하고, 5, 6월 피봇(방향전환)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KB증권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하며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WM투자전략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분산투자전략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현재 변동성 장이 오히려 미국 주식 투자의 기회라고 보는 곳도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가 거의 다 미국 주식이기도 하고, 현재 미국 증시는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여 비중을 조정할 계획도 없다"며 "미래에셋 같은 곳이 선제대응한 것은 주식담보대출을 많이해서 그렇지, 아닌 곳들은 굳이 증권사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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