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투자정보 사막에 오아시스 된 '기업리서치센터'

반준환 기자
2025.07.15 05:00

황우경 센터장 "외국인 위한 영문 보고서도 강화할 것"

한국 주식시장에는 상장 후 소외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10년 넘게 1건의 보고서도 쓰지 않는 기업이 허다하다. 기업 IR활동(투자자커뮤니케이션)조차 미흡해 정보단절은 더욱 심각해진다. '정보 사막화'는 주가 저평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시장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있다. 정보격차를 줄이지 않고서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2024년 국내 증권사에서 발간된 보고서의 80%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대형주에 집중돼 있고, 시총 1000억원 이하 기업은 3%에 불과했다. 또한 매년 시장에 100개에 달하는 신규 상장기업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리서치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리서치 기관이 있다. 한국IR협의회 산하 기업리서치센터(이하 센터)다.

상장 후 투자자 방치하는 코스닥 기업들…정보사막의 그늘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황우경 대표(오른쪽), 이원재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리서치1팀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센터는 2022년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 유관기관 공동출자로 설립된 비영리 리서치 기관이다. 중소형 상장사의 '정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공공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졌다. 센터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1801건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자체적으로 작성하는 인소싱 보고서가 801건이고, 외부 연구기관에 위탁해 작성하는 아웃소싱 보고서가 1000건이다.

인소싱 보고서 구성비율은 지난해 코스닥 81%, 코스피 17% 기타 2% 등으로 코스피 대형주에 치우친 증권사 리서치(코스피 75%, 코스닥 25%)와 대조된다. 리포트 품질도 뛰어나다. 센터에서 나오는 보고서는 대부분 20페이지 이상의 인뎁스 리포트(Indepth Report)다. 해당 기업이 속한 업종과 기술까지 면밀히 분석해서 작성하는 입체분석이라 품이 많이 든다. 소형 증권사에서는 반기에 1~2건 나올 정도다. 센터 보고서를 두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참고하는 교과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저평가가 심각했던 기업이 센터의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 알려지며 주가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석경에이티가 대표사례다.

2020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 회사는 나노소재 4대 원천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소재강국인 독일은 물론 일본과도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외형은 작지만 매출 총이익률이 70%를 넘고 영업이익률은 30%에 육박하지만 회사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고질적인 저평가를 면치 못했다. 연초 3만8050원이었던 주가는 센터 보고서를 기점으로 2월초 5만3900원까지 수직상승했다.

한달간 회사 속속들이 분석한 43페이지 논문급 보고서에 박수친 투자자들
이원재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리서치1팀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원재 애널리스트(리서치1팀장)는 43페이지에 달하는 석경에이티 보고서를 쓰기 위해 한 달이라는 시간을 투입했다. 이 팀장은 "상장 후 4년이 지났으나 제대로 된 인뎁스 리포트가 발간되지 않은 기업이었다"며 "투자자들에게 낯선 종목이라 우리 센터의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종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액은 100억~200억원 정도지만 나노소재의 전방 수요처가 너무 다양해 치과소재, 레이저프린터 토너, 디스플레이용 코팅소재, 자성체 임가공 등에 활용된다는 점이 특이했다"며 "이에 더해 신규사업으로 중공실리카(5G, 6G 기판소재), TIM(전기차 방열소재), 전고체 배터리소재, SRM(기후테크) 소재 등 최첨단 산업까지 공부하고 분석할 내용이 너무 방대해 거의 한 달간 분석에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센터에서는 자체 유튜브 채널 IRTV를 통해 석경에이티를 한번 더 소개했고 지난 4월에는 석경에이티의 신사업을 담당할 김제3공장 준공식과 CEO 인터뷰 영상을 추가로 업로드했다. 이 팀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경우 각종 부수업무가 많아 리포트 작성에만 올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우리 센터에서는 동료가 담당하는 기업의 분석을 돕거나 조언해주는 협업이 많아 다채로운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도 분석의 입체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임형섭 석경에이티 대표 "기업리서치센터 보고서에 큰 도움…IR활동 재정립하는 계기"
임형섭 석경에이티 대표/사진제공=석경에이티

센터의 보고서는 회사에도 큰 보탬이 됐다고 임형섭 석경에이티 대표는 말했다. 그는 "센터 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핵심

역량을 주주들과 이해 관계자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며 "특히 제3공장 신설을 통한 성장 가능성의 신뢰를 높이고, 기존 IR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정보 전달 측면에서 실질적인 보완 효과를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제3자의 객관적인 분석은 투자자들로부터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며 보고서를 IR 자료로 적극 활용한다면 기업의 커뮤니케이션도 보다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며 "중소형 상장사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센터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센터의 역할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자본시장 투자메리트를 높이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코스피(KOSPI) 5000시대 진입을 이끈다는 방침인데 이를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의 성장이 중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관, 외국인, 개인의 3인4각 균형성장이 필수적이다.

황우경 기업리서치센터 대표 "투자정보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 커질 것"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황우경 대표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황우경 기업리서치센터 대표는 "자본시장의 본질적 기능은 개인에게는 자산 증식의 기회를, 기업에는 성장 자금을 제공하는 데 있다"며 "하지만 이 이상적인 구조는 투자자 간 정보 접근성이 균등할 때만 제대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중소형 상장사의 경우 증권사 커버리지에서 제외되 거나 단편적인 정보만 제공받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의 접근성 저하, 기업의 유동성 위축, 자본조달 어려움으로 이어지며 자본시장의 구조적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 센터는 대형주 중심 증권사 리포트의 공백을 메우고자 출범했으며, 그 설립 취지 자체가 정보의 사각지대 해소"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의 중소형 상장사를 중심으로 실적 전망, 산업 분석, 밸류에이션 등 실질적인 투자 참고자료를 만들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애널리스트, 특히 스몰캡 부문을 감축하는 상황에서 센터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고 황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증권사에서 나온 보고서에서 시총 1000억원 이하 기업을 분석한 것은 전체의 3%에 불과한 반면, 우리 센터는 시총 3000억원 이하가 85%에 달한다"며 "특히 신규상장 기업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리포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센터의 존재는 투자자들에게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자본시장에서 단순한 정보제공을 넘어 투자자 보호, 기업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공공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게 황 대표의 평가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의 중소형 기업을 대상으로 연 1회 기업분석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스몰캡 밸류업, 글로벌 세그먼트, 라이징스타…정책특화 보고서도 눈길

센터의 보고서는 생생한 현장성도 담고있다. 황 대표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 기업방문이나 컨퍼런스콜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25개 중소형기업 밸류업 공시 보고서를 발간했다"며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 콘텐츠를 보고서 내용 중 투자 포인트의 하나로 추가해 디테일하게 설명하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황 대표는 조직 및 인적 인프라 강화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그는 "센터출범 당시 시니어 애널리스트 6명과 리서치 어시스턴트(RA) 3명 으로 시작했으며 현재는 시니어 11명과 RA 5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소싱 보고서 대상기업의 2024년 평균 시가총액이 1493억원이라는 점은 우리 센터가 상대적으로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 코스닥 및 코넥스 상장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센터 보고서를 섹터별로 보면 IT 업종이 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제약·바이오 등 건강관리 섹터가 19%로 뒤를 잇는다. 센터는 리포트 발간 뿐 아니라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확산에도 적극적이다. 유튜브 채널 IRTV를 통해 △소중(小中)한 리포트 가치보기(발간된 리포트를 설명하는 포맷) △小中한 탐방(기업현장을 직접 방문해 CEO·CFO인터뷰 및 생산공정 영상소개) 등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황 대표 "유튜브 채널 IRTV강화, 외국인 위한 영문 보고서도 강화할 것"

황 대표는 "지난해까지 100%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의 종목군들만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면, 올해는 한국거래소에서 선정한 글로벌 세그먼트와 라이징스타 종목군을 대상으로 시가총액 제한없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며 "보고서 발간 외에도 기업의 IR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투자자와의 소통 경험이 부족한 기업들을 위해 경영진 인터뷰를 기반으로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고, 이를 유튜브 콘텐츠로 가공해 제공하거나 기업들에게 IR문서 구성을 조언하는 등 실질적인 보탬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영문 기업 분석보고서 발간사업도 주목할 대목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스몰캡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당초 코스닥 라이징스타 기업을 대상으로 AI 요약본 형태의 시범 발간을 시작했으나, 올해 들어 글로벌 세그먼트 소속 중 시가총액이 높은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풀버전 영문보고서도 발간하고 있다. 현재까지 글로벌 세그먼트 대상 13개, 라이징스타 대상 24개 기업의 영문 리포트를 발간했다.

황 대표는 "더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영문보고서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연계도 추진해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이 투자자와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그리고 투자자가 믿고 참고할 수 있는 보고서 생태계를 만 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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