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 주도주가 바뀌고 있다. 이른바 조·방·원으로 불리던 조선, 방산, 원전주가 주춤하는 사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에 수급이 몰린다.
23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3조9508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기준 6만7600원에서 8만3500원으로 23.5% 뛰었다.
이 기간 전체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7조3410억원이었다.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에 쏠릴 정도로 외국인 큰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8월 말까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오히려 1조5167억원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을 이끌던 이른바 조·방·원에 대한 외국인 수급 관심이 삼성전자 중심의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한다. 이달 기록한 외국인 순매수액 가운데 6조원가량이 반도체에 집중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과 방산, 원전 종목들의 주가가 너무 올라있다는 판단을 국내외 투자자들이 하는 것 같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너무 싼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주도주 사이클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쪽으로 급격히 옮겨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상승 재료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엔비디아 HBN3E 12단 제품 테스트 통과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결정적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삼성전자가 업계 최고 기준을 충족시키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본다. 최근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국내외 기관들은 일제히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올리고 있다. 1년 전인 2024년 9월 '반도체 겨울이 온다'는 보고서로 당시 반도체 종목들을 흔들었던 모간스탠리가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6000원에서 9만6000원으로 올렸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KB증권이 11만원, 미래에셋증권이 11만1000원, 키움증권이 10만5000원, 다올증권과 신영증권이 10만원 등으로 목표주가를 최근 일제히 높게 잡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내년에 삼성전자는 2018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 사이클은 메모리 수요 다변화, 엔비디아 등 여러 공급 가능성 확대로 인한 HBM 출하 급증이 예상돼 과거 대비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