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회계법인 브랜드로 비감사업무(컨설팅) 업무를 하는 네트워크 회계법인과의 비감사 용역 계약 체결현황을 공시하기로 한 데 이어 네트워크 회계법인에도 기업과의 컨설팅 계약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 기업과 컨설팅 계약을 맺은 회계법인 양측이 공시 의무가 생기면서 독립성에 대한 교차 확인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16일 금감원이 정할 수 있도록 한 외부감사법 세칙을 개정해 네트워크 회계법인의 사업보고서에 컨설팅 계약 내용을 공시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회계법인은 공동 소유·통제나 경영 공유,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컨설팅 법인이나 세무법인 등을 의미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의 회계법인 컨설팅 공시를 내년 1월 의무화한데 이어 회계법인의 기업 컨설팅 공시 의무를 내년 1월에 추진할 예정"이라며 "회계법인은 3월말 결산부터 시작하고 있어 그 전에 확정하면 (변경 내용으로) 공시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회계법인은 한 기업으로부터 외부감사와 컨설팅을 동시수임하는 사례가 있어 자기가 작성한 보고서를 스스로 검토한다는 비판이 따랐다. 해외에서는 비싸게 컨설팅 비용을 받고 외부감사에서 분식회계를 묵인한 사례가 드러나 문제가 됐다. 때문에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외부감사와 비감사 서비스 동시수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법인을 분리하면 외부감사와 컨설팅법인이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실상 같은 회사라 하더라도 관련 제도가 없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컨설팅법인은 회계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국내 회계법인의 매출은 외부감사 부문은 감소하고 컨설팅 등 신규 부문의 사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4년 사업연도 기준 국내 회계법인의 매출은 6조281억원으로 감사가 2조904억원, 경영자문이 1조9789억원, 세무가 1조7797억원 등이다. 특히 부문별 매출 증가율은 감사가 2023년 4.7%에서 2024년 3.2%로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경영자문은 -4.2%에서 3.1%, 세무는 5.7%에서 6.6%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은 비감사용역 수행에 따른 감사인의 독립성 훼손 위협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공시 내용은 네트워크 회계법인이 용역계약을 체결한 기업을 나열하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컨설팅 계약을 맺은 기업 공시를 통해 계약 체결일, 용역 내용, 용역 수행기간, 용역보수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 회계법인의 관련 실적을 종합하기는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4대 회계법인은 모두 글로벌 회계기업과 계약을 맺고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PwC컨설팅을, 한영회계법인은 EY컨설팅을, 안진회계법인은 딜로이트컨설팅을 경영자문 법인으로 두고 있다. 삼정회계법인은 KPMG와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지만 별도 컨설팅 법인은 세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