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가 쿠팡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현금 급여 없이 오직 주식으로만 보수를 받았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워시 전 의장은 연준 의장으로 인준될 경우 120억원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쿠팡 보유주식을 전량 매도할 예정이다. 다만 지분 청산 이후에도 하버드 동문인 김범석 의장 등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실질적으로 단절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9일 쿠팡의 주주총회 안건서 등을 종합하면, 워시 지명자는 쿠팡 상장 이듬해인 2022년 3월말 기준 처음으로 쿠팡 주식 32만662주를 보유하며 지분 보유 사실을 공개했다. 워시 지명자 보유분은 2025년 6월 말 기준으론 47만주까지 늘어났다. 지난 6일(현지시간)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마감가(주당 17.72달러)를 대입하면 832만8400달러(121억원)에 해당한다. 쿠팡에 재직하며 연차별 RSU(제한주식단위) 방식으로 늘린 쿠팡 주식과 기존 보유분 물량을 합산한 것이다.
쿠팡 공시문건에 따르면 워시 지명자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모두 RSU 방식으로 보수를 지급받았으며 규모는 97만4968달러였다. 연도별로는 △2022년 32만4996달러 △2023년 32만4992달러 △2024년 32만4980달러였다. 이 기간에 현금 보수 수령은 없었다. 미국 테크 기업이나 고성장 기업에서는 사외이사에게 현금보다 주식(RSU 등) 비중을 높게 책정해 이사가 주가 상승과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아울러 고위 공직자 출신을 영입하면 로비 자금 이나 도덕성 해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현금 대신 주식으로 보수를 지급하는 사례도 이따금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시 지명자는 2019년 10월 김 의장에게 영입돼 쿠팡 이사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학연 등 관계가 주목받아 왔다. 김 의장은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중퇴했다. 워시 이사는 하버드 로스쿨 법학박사 출신이다. 워시 지명자는 쿠팡의 2021년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이끈 핵심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연준 이사, 미국 대통령 경제정책 특별보좌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사무총장, 모간스탠리 인수합병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IPO 국면에서는 전직 연준 인사가 이사회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 지배구조나 금융시장 이해도 측면에서 기관 투자가들의 신뢰를 이끄는 요인이 된다.
워시 지명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의장으로 지명받음에 따라 지난 3일(현지시간) 쿠팡에 미 상원 인준 통과 시 이사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연준 의장은 재직 기간 동안 이해 충돌 방지 원칙상 개별 기업 주식 보유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쿠팡이 한국 내에서 겪고 있는 규제 상황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및 알고리즘 조작 의혹 조사 등 한국 규제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공화당에서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와 관련해 민감한 메시지가 잇따른 것은 쿠팡의 대미 로비 규모와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쿠팡은 2021년 나스닥 상장 이후 5년간(2021~2025년) 미 정가를 상대로 집행한 로비 총액이 1129만 달러(약 164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워시 지명자의 위상이 한미 관계에 간접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